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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득(無所得)과 회향(廻向)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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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30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19-01-02 신문면수 4면 카테고리 지혜 서브카테고리 칼럼 지혜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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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김봉래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김봉래(BBS불교방송 보도국 기자)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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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0-02-10 17:57 조회 3,75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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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득(無所得)과 회향(廻向)하는 삶

“본래 얻을 것 없다는 무소득의 마음으로 회향의 삶을” 

“대승보살행으로 다함께 행복한 불국토의 길 걸어가길” 


희망찬 새해가 밝았다. 그런데 어떤 삶이 펼쳐질까 설레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불확실한 미래를 생각하며 모르게 불안한 구석도 없지 않은 게 현실인 것 같다. 어떻게 해야 안심입명을 하고 함께 행복한 사회가 될까. 그래서 무소득(無所得)과 회향(廻向) 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보통 우리가 말하는 능력 위주의 사회는 스스로 능력을 발휘한 결과를 오롯이 본인 이 가져가는 것이 정의로운 사회라는 뜻이 다.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는 능력주의 내지 성과주의가 관철되는 사회이다. 

그래서 남 에게 뒤지지 않게 노력하는 선의의 경쟁이 장려되며 공정한 경쟁을 해치는 부분에 대 해서는 법과 제도로써 개선해 나가게 된다. 내가 더 노력해서 다른 이보다 더 나은 결 과를 얻는다면 인과법에 비춰봐서도 나무 랄 데가 없을 듯 싶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 면 문제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각자 성격 이나 관심분야가 다르듯이 능력에도 차이가 있고 성과에도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특히 누구는 날 때부터 부유한 집안에 나 고 누구는 부족한 집안에서 나니 출발부터 가 불평등하지 않은가. 

그래서 부의 대물림 만 아니라 부를 얻을 수 있는 학력도 본인 노 력과 무관하게 차이가 나지 않은가. 이처럼 본인의 노력과 그와 무관하게 주어지는 주 위의 도움까지 감안할 때 이래저래 경쟁에 서 뒤처지는 사람은 생기게 마련인데 이들 을 어떻게 대우할 것인가. 경쟁에서 탈락한 이들을 방치해도 좋다는 데 동의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성과를 나눌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드 는 것이 우리 내면에 자비심이 간직되어 있 다는 증거는 아닐까. 선진국일수록 조건 없 는 기부와 자원봉사 등 그야말로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는 분들이 많다. 사실 우 리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름다운 미덕을 발휘해 오지 않았던가. 우리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좋은 것은 더 추구하고 싫어하는 것은 피하려는 특성을 갖추고 있다. 

그것이 생명 보전에 유리하도 록 진화되었다고 보면 그 자체를 나무랄 일 은 못될 것이다. 건강하고 부자가 되려는 마 음은 절대 잘못된 것이 아니다. 다만 우리가 과연 혼자만 건강하고 부자가 될 수 있느냐 하는 근본적인 의문을 놓쳐서는 안된다. 왜 냐하면 혼자서도 가능하다는 단견이 개인적 차별을 넘어 사회적 차별을 강화하기에 이 르기 때문이다. 인디언 전통에 포틀래치(potlatch)는 주인 이 기념할 만한 의식에 사람들을 초대해 베 푸는 축하연이다. 사냥해서 잡은 호랑이 모 피 등 선물을 사람들에게 나눠준다고 한다. 

그리고 선물을 받은 사람은 받은 것보다 더 많이 베풀지 않으면 체면을 잃게 된다고 한 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부가 한 곳에 집중되 거나 머무르지 않고 골고루 곳곳에 분배되 는 효과가 발휘되는 것이다. 어찌 보면 우리 인류는 오래전부터 행복 이 지속가능한 사회를 꿈꿔왔는지 모른다. 수만 년 전의 원시사회에부터 공동체의 삶 이 이뤄졌다. 사회가 분화되며 사적 소유의 흐름이 강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들 마음 깊은 내면에는 여전히 함께 행복한 공동체 적 사고가 깃들어 있음을 느낀다. 불교는 본래 얻을 것이 없다는 무소득의 마음을 모범으로 제시한다. 얻을 것이 없다 는 것은 부처님 같은 지혜와 복덕이 본래 구 족되어 있다는 말로 바꿀 수도 있다. 

그래서 불교는 밖으로만 치달아 구하는 헐떡거리는 마음을 돌려 스스로의 내면을 바라보고 평 안을 찾을 수 있도록 한다. 스스로가 세상의 은혜 속에 존재한다는 사실에 눈뜰 때 새로운 세계에 들어서게 된 다. 자신의 공덕도 독점 대상이 아닌 이웃과 나눌 수밖에 없음을 알고 회향의 삶을 살아 간다. ‘덕불고필유린(德不孤必有隣)’은 덕이 있는 사람은 이웃이 있어 외롭지 않다는 뜻 이다. 대승보살행도로 불국토의 길에 함께 하는 새해가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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