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실현의 수단으로 전락한 한국교육 풍자 SKY캐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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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32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19-02-28 신문면수 10면 카테고리 문화 서브카테고리 불교와 드라마페이지 정보
필자명 김은주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자유기고가 김은주 리라이터 -페이지 정보
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0-02-11 15:17 조회 5,280회본문
교육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결코 빼 놓을 수 없는 인물이 한석봉의 어머니 이다. 가난한 살림에 떡 행상을 하면 서도 아들 교육에 최선을 다한 어머니 였다. 석봉 또한 어머니의 꿈을 실현 시켜줄만한 그릇이었다. 어려서부터 글씨 쓰기와 책읽기를 즐기는 인재였 던 것이다. 뛰어난 자식과 열정적이면 서도 지혜로운 엄마의 합작품이 만든 결과이다.
그런데 만약에 부모는 열정이 넘치 는데 아이가 그런 그릇이 못된다던가, 아니면 너무 지나친 욕망 때문에 방향 성을 상실한 채 아이를 다그치기만 하 는 부모라던가, 하면 어떤 결과를 가 져올까?
JTBC에서 방영되었던 드라마 <SKY 캐슬〉의 시작은 위의 의문을 잘 보여주었다. 오직 아들의 서울대 의대 합격만을 바랐던 엄마가 그 꿈 이 이루어졌는데 자살이라는 극단적 인 선택을 하는 사건을 드라마 시작과 함께 보여주면서 우리나라 교육열의 비정상 성을 드러내겠다는 선전포고를 했다.
아들 박영재(송건희)가 서울대 의대 합격이라는 가장 행복한 순간 왜 엄 마 이명주(김정난)는 자살을 선택했 을까? 드라마는 엄마와 아이의 엇갈린 욕망을 보여주었다. 엄마는 자식이 명 문대에 합격함으로써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켜주길 바랬다. 아이가 공부를 잘하면 다른 사람들의 대우가 달랐다. 드라마에서 보면 다른 엄마들은 전교 1등 하는 아이를 둔 엄마를 특별히 대 우하고, 또 자식을 명문대 입학시킨 엄마는 존경의 대상이 되었다. 자식 의 성공은 엄마의 명예를 높여주는 그 무엇이었다. 그러니까 자식을 위한다 기 보다는 엄마를 위한 욕망이었던 것 이다. 그래서 엄마들은 자식을 다그쳤 다. 자신의 욕망으로 자식이 겪게 되 는 고통 같은 건 보려 않았다.
반면에 자식은 그런 부모를 원망했 다. 그래서 복수를 꿈꾸었다. 그 방법 이라는 것이, 그들이 가장 행복해하는 순간 그 행복을 빼앗는 것이다. 그러 니까 엄마 이명주는 자신의 욕망을 충 족시키기 위해 아들에게 공부를 강요 했고, 아들 박영재는 엄마에게 복수하 기 위해 공부했던 것이다. 이들 모자 는 각자 다른 목표를 갖고 공부에 매 달렸다. 그리고 결과는 엄마는 자살하 고 아들은 정신병자가 되고, 가장 완 벽한 순간 이들은 모든 걸 잃었다. 한 석봉의 해피엔딩 같은 건 없었다. 그 러니까 엄마와 자식이 같은 팀이 되지 못하면 이런 나쁜 결과를 가져오는 것 이다.
물론 아주 극단적인 경우에 속한다. 드라마다보니 자극적인 요소가 들어 가고, 또 과장된 일면도 있지만 대체 로 드라마는 현재 우리나라 교육의 비 뚤어진 일면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평 가이다.
차민혁 교수(김병철)는 자신의 딸을 매우 자랑스러워했다. 딸 차세리 (박유 나)는 하버드에 다니는데 오바마 대통 령 딸과도 친구라고 했다. 그래서 차 교수는 어딜 가나 자기 딸을 자랑했 고, 가난한 집안 출신이라는 자신의 컴플렉스가 비로소 해결되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딸 세리가 아빠의 욕망에 부합하기 위해 서 가짜 하버드 학생 흉내를 내며 살 아온 것이었다. 이 진실과 직면한 차 교수는 세리를 더 이상 딸로 여기지 않았다.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자식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선 언인 것이다. 차민혁에게 자식은 그저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켜주고,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곤고하게 해줄 수단에 불과했던 것이다.
드라마 속에는 공부 못하는 애들을 벌레 취급하는 전교 1등생 강예서(김 혜윤)도 나온다. 원래 예서는 할머니에 게 무시당하는 엄마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서울대 의대에 합격하려고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예서는 경쟁의 노예 가 되었다. 엄마를 위한다는 갸륵한 생 각 같은 건 사라진지 오래이다. 예서는 좋은 집안 출신인줄 알았던 엄마가 사 실은 선지국밥집 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엄마를 무시했고, 시험지유 출 같은 편법으로라도 전교1등이 되고 자 하는 그런 아이가 돼버렸다. 수단과 방법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경쟁에 서 살아남고 싶을 뿐이었다.
영재는 엄마를 복수의 대상으로 여 겼고, 차민혁은 자신의 욕망에 부합하 지 못하는 딸을 가차없이 버렸다. 자 신을 서울대 의대에 합격시킬 수 있는 유능한 엄마로 알았던 엄마에 대해 의 문을 갖게 되자 예서는 엄마를 버리고 입시코디네이터 김주영 선생님(김서 형)에게로 달려갔다. 예서에게는 엄마 보다는 입시코디네이터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러니까〈SKY캐슬〉에서 부 모와 자식 사이는 욕망이라는 매개물 로 연결됐고, 상대로부터 욕망을 이루 지 못할 것 같으면 가차없이 버릴 수 있는 그런 관계였다.
교육이 욕망 실현의 수단이 되고 있 는 현실을 드라마는 영리하게 보여주 었다. <SKY 캐슬〉에서 보여준 교육 에는 돈과 욕망만 보였다. 그래서 부 모오} 자식 사이에는 아무런 공감도 형 성되지 못했다. 그러니까 드라마는 점 점 욕망의 수단으로 전락해가고 있는 교육이 점점 부모와 자식 사이를 이간 질 시키고 있는 현실을 예리하게 고발하고, 사회성 짙은 이야기로 자식을 키우는 부모에게 생각거리를 주는 잘 만든 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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