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기온 내려 이슬이 맺힌다. ‘백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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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38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19-09-01 신문면수 10면 카테고리 문화 서브카테고리 절기 이야기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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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0-02-11 22:51 조회 5,153회본문
맑고 깨끗한 흰 이슬이 맺힌 풍경, 완연 한 가을 기운이 온 대지를 덮고 있다. 무 더웠던 여름은 가고 언제나 그렇듯 가을 이 찾아온다. 처서와 추분 사이에 있는 백로는 흰 이슬이라는 뜻으로 밤 기온이 내려가 이슬이 맺힌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중국에서는 백로를 5일씩 삼후(三候) 로 나누어 초후에는 기러기가 날아오고, 중후에는 제비가 강남으로 돌아가며, 말 후에는 뭇 새들이 먹이를 저장한다고 했 다. 중국에서는 이맘때 내리는 이슬에 약효가 있다고 믿어서 백로 무렵이면 ‘눈 이 밝아지는 주머니’라는 뜻의 ‘안명낭’ 안에 측백나무 이슬을 따서 담았다고 한 다. 중국인들은 이 이슬로 눈을 씻으면 눈이 밝아진다고 여겼다.
백로는 도시인들에게는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는 느낌을 주는 절기이지만 농 촌에서는 가을농사의 성공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이다. 백로 전에는 벼 이삭이 패야 해서, 만약 벼이삭이 패지 못하면 그 나락은 먹을 수 없다고 믿어, ‘벼이삭이 백로 오전에 패면 먹고 오후에 패면 못 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백로 무렵에는 장마가 걷힌 후여서 맑 은 날씨가 계속된다. 하지만 간혹 남쪽 에서 불어오는 태풍과 해일로 곡식의 피 해를 겪기도 한다. 백로 다음에 오는 중 추는 서리가 내리는 시기이다. 전남에서 는 백로 전에 서리가 내리면 시절이 좋 지 않다고 한다. 볏논의 나락은 늦어도 백로가 되기 전에 여물어야 한다. 벼는 늦어도 백로 전에 패어야 하는데 서리가 내리면 찬바람이 불어 벼의 수확량이 줄 어든다. 백로가 지나서 여문 나락은 결 실하기 어렵다. 농가에서는 백로 전후에 부는 바람을 관찰해 풍흉을 점치기도 했 는데, 백로에 바람이 많이 불면 벼농사 에 해가 많고 나락이 여물더라도 색이 검게 된다고 믿었다.
제주도 속담에 ‘백로전미발(白露前未 發)’이라고 해서 이때까지 패지 못한 벼 는 더 이상 크지 못한다고 전한다. 또한 백로 전에 서리가 오면 농작물이 시들고 말라버리는 것으로 생각한다. 충남에서 는 늦게 벼를 심었다면 백로 이전에 이 삭이 패어야 그 벼를 먹을 수 있고, 백로 가 지나도록 이삭이 패지 않으면 그 나 락은 먹을 수 없다고 믿는다. 경남에서 는 백로 전에 패는 벼는 잘 익고 그 후에 패는 것은 쭉정이가 된다고 알고 있으 며, 백로에 벼 이삭을 유심히 살펴서 그 해 농사의 풍흉을 가늠하기도 한다.
백로는 보통 음력 8월 초순이지만 7월 말에 들기도 한다. 7월에 든 백로는 계절 이 빨라 참외나 오이가 잘되며, 8월 백로 에 비가 적당히 오면 대풍이라고 여긴다. 또한 백로는 포도가 맛있게 익는 시기인 만큼 백로부터 추석까지는 포도의 당도 가 높아 가장 맛있는 포도를 먹을 수 있 는 ‘포도순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백로의 절기인 지금 무더위는 물러가 맑은 하늘에 시원한 바람까지 불어 우리 에게 많은 능률을 가져다줄 수 있는 시 기로 추수의 시작, 풍성한 절기, 독서의 계절, 말들이 살찌는 계절 등의 수식어 들이 붙는다. 우리도 이때를 놓치지 말 고 좋은 기회로 삼아 나에게 주어진 귀 한 시절을 좀 더 보람차고 가치 있게 보 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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