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공명의 부인 황 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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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92호 발행인 우인(최명현) 발간일 2024-03-01 신문면수 9면 카테고리 신행 서브카테고리 역삼한담페이지 정보
필자명 탁상달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시인 필자정보 - 리라이터 -페이지 정보
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4-03-12 13:21 조회 1,021회본문
삼국지에 등장하는 제갈공명의 부인인 황 씨에 대한 이야기이다.
얼굴 모습이 전부가 아니긴 하지만 이 제갈공명에게는 못생긴 부인이 있었다. 제갈공명이 신부감을 찾고 있을 때, 황승언은 “나에게 추하고 못생긴 딸이 있다. 모습은 노란 머리에 피부색은 검고 드러낼 것이라곤 오로지 재능밖에 없긴 하지만 당신과 배필이 되기에는 충분하다.”라고 권유하였다. 이에 제갈공명이 승낙을 하자, 황승언은 딸을 마차에 태워 데려다 주었다.
당시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듣고 웃음거리로 삼았고, “재갈공명의 아내 고르는 일은 흉내 내지 마라.”라는 말까지 떠돌아 다녔다고 한다. 제갈공명이 마침내 결혼을 하고 첫날밤 신방에 들어갔는데, 황 씨 부인이 너무 못생겨서 차마 그 자리에 있지 못하고 방을 나가려고 했다. 그러자 신부 황 씨가 황급히 제갈공명의 옷깃을 잡아당기는 바람에 그만 옷깃이 찢어져 버렸다. 황 씨 부인은 제갈공명의 옷을 받아 기워 주겠다고 했고, 그런데 바느질을 한답시고 돗바늘로 듬성듬성 꿰매는 모습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제갈공명은 이런 부인의 모습을 보고 나니 만정이 떨어지고 더더욱 미운 마음이 들어 바느질한 옷을 받아 들자마자 신방을 나와 버렸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집을 벗어나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계속 집 마당 안에서만 맴돌 뿐이었다. 결국 새벽녘이 되어서 마당에 나온 장인 때문에 다시 신방으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날이 밝자 꿰맨 옷을 다시 보았더니 듬성듬성 꿰맨 줄 알았던 옷이 틀로 박아 놓은 것처럼 곱고 정갈스러웠다.
제갈공명의 부인은 이렇듯 바느질에만 솜씨가 있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든지 모르는 것이 없는 매사에 지혜롭고 현명한 인물이었다. 제갈공명은 이런 부인의 도움으로 더더욱 지성과 덕성이 뛰어날 수 있었다. 제갈공명의 아내 황 씨는 이렇게 재능이 뛰어나고 됨됨이가 훌륭해서 남편이 승상의 자리에 오르는데 큰 디딤돌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제갈공명이 자신의 제2의 고향이자 삼고초려(三顧草廬)의 현장인 호북성 양양 융중에 살 때, 손님의 방문이 있어 아내 황 씨에게 국수 준비를 부탁했더니 바로 국수가 나왔다. 무후(제갈공명)가 그 속도를 기이하게 여겨, 나중에 몰래 식당을 엿보았더니, 몇 개의 나무 인형들이 나는 듯이 보리를 자르고 맷돌을 돌리는 것을 보았다. 마침내 아내에게 이 재주들을 전수 받아 제조 방법을 이용하여 식량 운송용인 목우유마(木牛流馬)를 만들기도 했다.
제갈공명은 늘 깃털 부채를 들고 다녔는데 이는 아내 황 씨의 부탁이었다. 그녀가 부채를 선물한 데는 화가 나는 일이 있더라도 절대로 자기감정을 밖으로 드러내지 말라는 당부가 담겨 있었다. 황 씨가 제갈공명에게 늘 이르기를, “친정 아버지와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 당신은 포부가 크고 기개가 드높은 인물이라고 짐작을 했답니다. 유비에 관해 이야기할 때는 당신의 표정이 환했지요. 하지만, 조조에 대해 말할 때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더군요. 손권을 언급할 땐 고뇌에 잠긴 듯한 모습을 보였구요. 큰일을 도모하려면 안색에 곧바로 감정을 드러내지 말고 침착해야 하니 이 부채로 얼굴을 가리도록 하세요.” 제갈공명은 집을 떠나있는 동안에도 늘 학우선 부채를 손에서 놓지 않게 되었다.
평소에도 이렇게 부채질을 하고 있으면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아내 황 씨가 말한 ‘얼굴을 가리라.’라는 이 말은 ‘침착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녀는 마음이 고요해야 태연함과 이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들의 일상은 어떨까? ‘욱’하는 성질 때문에 순간을 참지 못해서 갈등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이해심과 배려심 부족으로 인해 다툼을 가져오게 하기도 하며, 성급하게 처리하려다가 이내 실패를 거듭하게 되는 우를 범하는 경우가 허다하지 않았던가? 오늘을 사는 우리는 이 고사를 지혜의 샘물로 삼아, 각자의 모습을 거울에 비춰보면서 생활의 여유를 가지고 자신을 돌아보는 삶의 교훈으로 삼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 시인, 전 동해중 교장 탁상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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