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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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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36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19-07-01 신문면수 10면 카테고리 문화 서브카테고리 불교와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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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0-02-11 20:39 조회 4,10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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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저씨
소통과 공감, 그리고 위로에 관한 이야기

tvN에서 지난해 방송된 드라마〈나의 아저씨〉(김원석 연출, 박해영 극본)는 유난히 안티가 많았던 드라마입니다.

45세 남자와 21세 여자에 관한 이야기 는 자연스레 사람들의 상상력을 롤리 타컴플렉스 쪽으로 몰아갔고, 패미니스 트를 비롯한 많은 여성들에게서 화염 과 같은 분노를 일으킨 것입니다.

드라마는 로맨스가 아니라 인간과 인 간의 소통과 공감, 그리고 위로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그 누구의 보호도 받 지 못한 채 거칠고 외로운 삶을 살아온 소녀가 이해심 많고 따뜻한 어른을 만 나 인간적인 공감을 이루면서 사람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당당한 사회인 으로 성장하게 된다는 내용의 이야기 로, 지금을 살아가는 20대와 기성세대 가 처한 녹록치 않은 현실을 충분히 반 영하면서도 드라마적 요소를 통해 공 감과 판타지를 적당하게 아우른 드라 마였습니다.

아저씨 박동훈(이선균)은 눈에 띄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는 대기업 부장이 긴 하지만 대학 후배가 대표로 있는 회 사에서 그냥저냥 살아가는 인물입니 다. 변호사인 부인은 바람을 피우고 집 이라고 들어와도 따뜻한 밥 한 끼 차려 주는 사람 없고, 회사에 나가도 잘나가 는 후배의 그늘에 가려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회사에서는 잘나가는 후배에게 치이 고, 집에서도 외롭고, 그 빈자리를 조기 축구회나 친구들과의 술자리로 채우지 만 가슴 속은 허전하기만 합니다. 드라 마에서는 박동훈의 처지를 사형선고를 받은 무기수의 모습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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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지안(이지은)은 이런 박동 훈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한 달에 5 백에서 6백을 벌면서 왜 저런 얼굴을 하고 살아가는 지 이해할 수 없는 것입 니다. 부모가 남긴 사채 빚에 시달리는 이지안은 낮에는 회사에서 허드렛일을 하고, 밤이면 뷔페에서 설거지를 하고 늦은 시간 귀가해 쓰러지듯 잠드는 게 일상이지만 그녀가 버는 돈은 모두 사 채를 갚는 데 들어가고 뷔페에서 사람 들이 먹다 남긴 음식을 싸와서 끼니를 때우는 그녀에게 미래 또한 암담하기 만 합니다.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의 요 양병원비가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친구 도 없고, 찾아오는 사람이라고는 사채 빚을 갚으라 고 쫓아다니 면서 괴롭히 는 이광일(장 기용)이 있을 뿐입니다. 믹 스커피 두 봉 지를 뜯어 마 시는데 그것이 유일한 위안일 뿐인 삭막한 삶을 살 아가고 있는 그녀야말로 죽지 못해 사 는 처지입니다. 박동훈의 불행이 주관 적이라면 이지안의 불행은 객관적 불 행입니다.

지겹고 우울한 삶을 살던 박동훈이 이 지안을 발견했습니다. 외로운 사람이 외로운 사람을 알아보고 우울한 사람 이 우울한 사람을 알아본다고, 다른 사 람 눈에는 보이지 않는 이지안의 불행 이 박동훈에게는 보였습니다. 그래서 그는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이지 안을 이해했습니다.

회사 동료들과의 회식자리에서 동료 중 한 사람이 싸가지 없는 이지안을 자 르자고 하자 “너희는 걔 안 불쌍하냐? 경직된 인간들은 다 불쌍하다. 살아온 날들을 말해주잖아. 상처받은 아이들 은 너무 일찍 커버려. 그게 보여. 그래 서 불쌍해. 걔의 지난날을 알기가 겁난 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자신 의 필요성에 의해 이지안을 판단했습 니다.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그녀가 고분고분한 을의 모습을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녀가 껄끄러운 것입니다. 그 런데 박동훈은 자신을 배제하고 그녀 를 봤습니다. 그러자 그녀의 고단한 삶 과 외로움이 보인 것이고 그래서 연민 을 가진것입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자신의 필요에 의해 사람을 판단하고 소모하는데 반해 박 동훈은 불쌍한 것을 보면 불쌍한 줄 아 는 연민의 마음을 가진 어른이었습니 다. 박동훈의 이런 인간성을 알게 된 이지안 또한 조금씩 그에게 마음을 열었 습니다. 할머니에게 박동훈의 안부를 전하면서 “나랑 친한 사람 중에서도 그 런 사람이 있다는 게 좋아서” 하면서 울 먹입니다. 이지안의 닫혀 있던 마음이 열리고 사람에 대한 신뢰를 회복했음 을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박동훈 은 이지안에게 세상은 따뜻한 곳이라 는 사실을 일깨워주었고, 이지안이 경 직된 얼굴을 풀고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 것입니다.

드라마는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애환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알바를 전 전하며 살아가지만 미래 같은 건 기대 할 수 없는 20대의 애환. 그리고 가정적 으로도 위태롭고 사회에서도 곧 도태 될 것 같은 40대의 외로움과 불안. 그런 데 이 드라마가 어둡지만 않은 것은 이 런 암울한 환경에서도 가족을 살뜰하 게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이 있고, 역시 가난한 친구들이 있고, 옆에 사람이 있 기 때문에 삶이 마냥 어둡게만 여겨지 지는 않습니다. 드라마는 우리 사회에 서 어두운 일면을 보여주면서도 사람 사이의 연대를 통해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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