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의 시대 사상가들의 가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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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40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19-11-01 신문면수 3면 카테고리 종단 서브카테고리 칼럼 지혜의 눈페이지 정보
필자명 김태원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칼럼리스트 김태원 리라이터 -페이지 정보
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0-05-20 22:16 조회 5,431회본문
합리적 사고를 통해 바람직한 인간관계 모색
스승과 제자, 대화법을 통해 가르침 주고받아
우리는 불교를 전통 사상이라고 생각하고 한국 불교에서 ‘한국’에 강조점을 둔다. 그러나 불교는 인도에서 발생하고 중앙아시아를 거쳐 중국에 전래되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왔기 때문에 우리는 불교가 가진 세계사적 의미를 되돌아보아야 한다. 이제 한국불교에서 ‘불교’에도 방점을 찍고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불교가 발생한 인도의 고대 역사를 통해서 불교를 이해하려고 한다. 불교가 발생하게 된 시대적 배경은 무엇인가? 불교가 성립한 이후 전개과정을 통해 어떠한 변화를 겪어왔는가? 불교는 왜 인도에서 사라졌는가? 그러나 이보다 우선적으로 살펴볼 대상은 그 범위를 인도라는 지역적 한계를 넘어 세계사적 관점으로 넓힐 필요가 있다.
기원전 8세기에서 기원전 2세기에는 동서양에서 후일 인류의 스승이라고 일컬어지는 이들이 거의 동시에 등장하였다. 그리스의 자연철학에서 소피스트를 거쳐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로 이어지는 그리스 고전 철학이 꽃을 피웠다. 남아시아의 인도에서는 브라만교에 대한 비판으로 우파니샤드라는 새로운 사상운동이 일어나 여기에서 불교가 등장하였다. 동아시아로 가면 춘추전국시대를 거치면서 노자와 장자, 공자와 맹자 등의 수많은 사상가들이 나타나 저마다의 주장을 펼쳤다.
독일의 철학자 야스퍼스(K. Jaspers)는 이러 한 현상에 주목하여 기원전 8세기에서 기원전 2세기의 이 시기를 축의 시대 (axial age)라고 이름 하였다. 축이란 마차의 두 바퀴를 연결하는 굴대를 가리키는 말로, 축의 시대는 인류 문명이라는 마차가 굴러가도록 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하겠다. 이 시기의 사상가들이 펼친 내용은 현재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여전히 축의 시대의 자장안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을 사회경제사적 배경으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청동기 시대는 여전히 나무와 돌로 만든 도구를 사용하였기에 이전 시대인 신석기 시대보다 생산력이 증대되어 문명의 발생을 가능하게 하였다. 그러나 철기 시대가 되면서 이전과는 비교될 수 없을 정도의 생산력의 증대가 이루어졌다. 잉여생산물의 증가는 물론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가 이루어졌다. 자연스럽게 원거리 교역이 활발하게 증가하고 자기가 속한 공동체를 벗어나 새로운 유형의 사람들과의 접촉이 늘어났다.
청동기 시대까지도 인간관계가 여전히 혈연중심에 머물러있었다면, 철기시대 이후 새로운 인간관계가 요구되기에 이르렀다. 물론 이때의 인간관계는 인간을 둘러싼 사회구조 전반에 관련된 것이고 그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한 것이 축의 시대의 사상가들이었다. 이들은 지역적으로 격리되어 있지만 그들의 사상적 내용은 매우 유사하다고 한다. 인간의 이성에 기반한 합리적 사고를 통해 바람직한 인간관계를 모색하였다. 이시기 동서양이 도달한 도덕률의 하나로 유교의 기소불욕물시어인을 든다. 이 원칙은 모든 종교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내용이다. 또한 이 시기의 인류의 스승들은 스승과 제자가 대화법을 통해 가르침을 주고받았다. 교학상장이라는 말에서 보이듯 스승과 제자는 진리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모든 것을 함께하는 도반이었다. 소크라테스는 대화를 통해 제자들에게 진리를 터득하도록 안내하였고, 논어는 공자와 제자의 대화를 담은 책이고, 초기 불교의 경전인 아함경은 붓다와 제자들의 대화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면 이러한 축의 시대의 사상들이 현재까지도 여전히 유효할까? 축의 시대의 역사는 각 지역에 수많은 국가의 등장과 상호간의 지역적 패권을 차지하려는 피비린내 나는 전쟁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 시대는 전란의 시대였고 동시에 새로운 사상이 꽃피우는 모순된 시기였다. 인류의 역사에 축의 시대이후 물질문명은 고도로 발전해왔지만 인류의 평화는 여전히 미해결이다. 오히려 전쟁은 전 지구적 규모로 대규모화하고 전쟁으로 인한 살상의 규모는 천만단위로 커져 1차 대전의 프랑스는 한 세대의 남성 인구를 거의 절멸시킬 정도였다. 축의 시대에 인류가 가졌던 고민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더 악화되어왔다. 이것이 축의 시대 사상가들의 가르침을 오늘날 여기에서 되새김질해야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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