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노년의 역사 공부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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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42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20-01-01 신문면수 5면 카테고리 법문 서브카테고리 칼럼 지혜의 눈페이지 정보
필자명 김태원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칼럼리스트 김태원 리라이터 -페이지 정보
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0-05-21 05:46 조회 5,254회본문
과연 노년의 역사 공부란 무엇일까?
노년 세대의 지식, 상대적임을 자각해야새로운 관점으로 과거의 역사를 재구성
노년 세대의 지식, 상대적임을 자각해야새로운 관점으로 과거의 역사를 재구성
도시의 시민대학에서 세계사 강의를 진행하는데, 수강생 중 50대와 60대가 대부분이다. 노년에 다시 세계사라는 과목을 공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당연히 관심이 있고 재미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수강자들이 강의를 끝까지 따라오지 못하고 중간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가장 큰 이유는 강의가 기대에 못 미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강의내용이 생소해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 첫 번째 이유는 어쩔 수 없지만, 두 번째 이유는 스스로에게 많은 깨달음을 가져다주었다.
노년의 역사 공부에서 고려해야 할 내용으로 두 가지를 떠올렸다. 먼저 현재 유행하는 지식과 흐름에 무지한 것은 괜찮으나 기존의 지식과 경험으로 후세대들을 재단하고 충고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 사회의 주축은 노년에 접어든 이들이 아니다. 40년 전에 배운 지식은 화석에 해당한다. 세상을 움직이는 원리는 젊은 세대들로부터 나오고 있으며, 나이든 세대가 청장년 세대가 가진 새로운 지식의 습득에 노력해야 한다. 젊은 세대가 나이든 세대를 이해하기 어렵다. 노년의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 노년 세대는 청년이란 이미 지나온 시절이 있으므로, 그 나이 때의 정서와 열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두 번째는 과거 노년 세대가 알고 있는 내용은 시대의 흐름에 의해 재해석된 것들이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베트남 전쟁과 68혁명 같은 것이다. 나이든 세대에게 각인된 베트남 전쟁은 자유세계를 지키기 위한 전쟁이었을 뿐, 식민지로부터 벗어나려는 독립운동이 아니었다. 그러나 식민지 시기 베트남과 한국은 민족해방운동에서 공동보조를 취한 경험이 있다. 1920년대 소련의 모스크바에서 조선의 여운형과 베트남의 호찌민은 민족해방운동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였다. 자기의 견해를 바꾸지는 않더라도 베트남 전쟁이 적어도 식민지로부터 벗어나려는 독립운동이었다는 사실은 인정해야 한다. 노년의 지식은 낡은 것이고, 따라서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임을 자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68혁명은 1968년 프랑스 파리에서 베트남전에 반대하던 다섯 명의 대학생들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파리 지사를 점거한 것에서 비롯하였다. 1960년대는 미국의 베트남전 참전에 대한 전 세계적인 반대 운동이 거세게 불어 닥친 시기였다. 제2차 세계대전은 연합국과 추축국 사이의 전쟁으로 동원된 무기는 그 시기의 과학기술의 최정점에 이른 것들이었으며, 과학 기술의 측면에서 보자면 서구 문명의 정점에 해당한다. 그러나 본질은 제국주의 국가들 간의 식민지 쟁탈전에 불과했고 무엇보다도 홀로코스트라는 야만적인 대량 학살(Genocide)이 벌어진 전쟁이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난 후에도 전쟁에 참여한 나치에 동조한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국가와 사회에 중요한 자리에 남아있었다. 그리고 어쩔 수 없었다는 상황 논리로 2차 대전 중에 벌어진 전쟁 범죄에 대해 스스로 면죄부를 주었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제국주의 국가들은 식민지 지배를 포기하지 않았고, 그 명백한 증거물이 바로 베트남 전쟁이었다. 이러한 기성세대들의 위선에 대해 전후 베이비붐으로 태어난 세대가 비판하고 나선 것이 바로 68혁명이다. 기성세대에 맞서 새로운 문화운동으로 나타난 것들이 히피였고 뉴에이지였고 미국의 반전운동이었고 프랑스의 68혁명이었고 체코의 프라하의 봄이었다.
이 68혁명이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전 세계가 성토하고 반대하는 베트남전쟁에 한국은 미국 다음으로 많은 병력을 파견하고 당시 전쟁 특수로 눈부시게 경제가 성장했으나, 국제적으로는 고립되어 있었던 셈이다. 그러니 노년의 역사 공부를 통하여 새로운 관점으로 과거의 역사를 재구성해야 하지 않을까?
칼럼리스트 김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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