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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밀겸수 유상선 육자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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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308호 발행인 록경(황보상민) 발간일 2025-07-01 신문면수 14면 카테고리 밀교 서브카테고리 밀교법장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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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정성준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자유기고가 필자정보 -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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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5-07-10 13:37 조회 1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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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밀겸수 유상선 육자선정

한국불교에서 임제선의 가풍을 제일로 삼는 납자에게 선밀겸수(禪密兼修)의 전통을 말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인도 대승불교는 바라밀문과 진언문으로 나눈다. 이를 기준으로 삼으면 선을 통한 수행은 선문(禪門)이 된다.


선문의 제일의(第一義)는 언어도단 심행처멸(言語道斷 心行處滅)이다. 그런데 이를 빌미로 성철 스님의 아비라기도에 대해서도 그것이 선문(禪門)의 본의가 아니라는 비판을 들이대는 경우가 있다. 언어도단에 경도되어 말과 문자를 끊으면 관세음보살도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선문에서 제불과 조사들을 꾸짖는 호기가 현대에도 질기게 내려오는 것이다.


그러한 골칫거리 화제는 석가모니 붓다께서 설한 연기법문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연기법 하나를 두고 무아와 실상이 공존하는 모순을 깨닫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인도불교는 대승불교 시대 반야교학과 나가르주나의 이제설, 디그나가와 다르마끼르띠의 인명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홍역을 치른 후 비로소 진언문이 출현하였다.


조선 시대 선밀겸수를 자주 언급하는 것은 선문의 잘못된 경직이 불교를 가로막는 큰 축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선의 화두를 든다고 논리와 언어의 문을 닫으면, 옛말 그대로 공(空)을 맞는 수밖에 없다. 칠흑같이 가로막혀 물잔 위에 부처의 얼굴이 나타나길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과 같다.


조선 시대 ????성관자재구수육자선정언해(聖觀自在求修六字禪定諺解)????(1권)라는 책이 출간되었다. 1560년(명종 15) 평안도 평원 숙천(肅川)에서 간행된 것으로, 발문에 의하면 이 책은 원래 우리나라에 없던 것으로 중국에서 구해 언해한 것이라 하였다. 원문에 한글로 독음과 토를 쓴 행을 짝지어 놓은 뒤, 한글만의 언해문을 싣는 형식을 갖추었기 때문에 국어사 자료로도 중요하다.


이 책이 조선 시대 유행하고 또한 중요시된 이유는 언해본에 이어 1621년(광해군 13년) 가야사(伽倻寺)에서 목판본으로 출판되었을 뿐 아니라, 근대 용성 선사가 참조한 것으로 ????백용성 대종사 총서????에 수록된 ????육자영감대명왕경(六字靈感大明王經)????의 원본이기 때문이다. 책에는 용성 대선사가 1937년 ????육자영감대명왕경????의 지송법과 경전의 공덕을 함께 실었는데, 원본인 ????육자영감대명왕경????은 보이지 않지만 ????성관자재구수육자선정????의 일부가 언급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시 돌아와서 ????성관자재구수육자선정????의 내용은

1. 귀의삼보

2. 선정에 들기 전 전행

3. 출정 후 가짐

4. 육자진언을 설한 인연

5. 관음 27반(般) 법문 내관(內觀)

① 6자 종자가 육도 중생으로 태어날 씨앗을 파괴함.

② 6자 종자가 육도문을 결단코 닫음을 수념(修念)함.

③ 6자 종자가 육도문에 태어나지 않음을 수념함.

④ 육도 중생으로 태어날 씨앗을 파괴함.

⑤ 6자 종자가 육도문을 결단코 닫음을 수념함.

⑥ 6자 종자가 육도문에 태어나는 고통을 파괴함을 수념함.

⑦ 6자 종자가 육바라밀을 성취함으로 수념함.

⑧ 육도 중생으로 태어날 씨앗을 파괴함.

⑨ 6자 종자가 육도문을 결단코 닫음을 수념함.

⑩ 6자 종자가 5불과 아미타불의 불국토에 태어남을 수념함.

⑪ 6자 종자가 5불과 아미타불의 불신(佛身)을 성취함을 수념함.

⑫ 6자 종자가 5불과 아미타불의 불국토에 태어나 성불함을 수념함.

⑬ 6자 종자로 인해 성불한 몸으로 불단에 앉아 십지보살의 근기인 대중 앞에서 설법함을 수념함.

⑭ 6자 종자로 인해 제석신으로 신변해 천신 앞에서 설법하는 등 나머지 오도의 중생 앞에서 설법함.

⑮ 6자 진언의 공덕과 위신력을 설함.

⑯ 스승을 모시는 8원칙과 대장경 및 진언은 모시는 방법 등을 설함.

⑰ 3불신진언

⑱ 계정혜 진언 [이상 『성관자재구수육자선정(聖觀自在求修六字禪定)』 가야사(1621) 본]


이상 책의 내용에 담긴 것은 종자와 유상유가의 관상을 주로 한다. 책의 제목 가운데 ‘육자선정(六字禪定)’이 뜻하는 것은 밀교와 선문을 병기한 것으로 조선불교의 ‘선밀겸수’를 명확히 개시한 것이다. 언해본의 경우 책의 간기에는 1560년(嘉靖 39年)이라 하였기 때문에 언해본의 출판을 결심하기 이전 원본의 유행 시기는 더 거슬러 올라갈 것이다. 특히 언해본으로 꾸민 것은 이 책이 널리 참조될 수 있도록 유통 의지가 강했던 것 같다.


주목할 것은 1621년 가야사본의 경우 책 앞면에 육도에 신변을 주재하는 관세음보살이 바로 사비관음이라는 점이다. 사비관음은 오늘날 티베트불교의 관음신앙 전통에서 모시는 주존이어서, 당시 동아시아의 정치 문화의 판도와 얽혀 더 연구할 부분이 필요하다. 조선 시대 선문에서 최상승의 법문으로 임제를 궁구하고 동시에 대기대용(大機大用)으로서 불보살의 원행과 불신의 구족을 관상한 선밀겸수의 수행을 보이는 실체는 상상만 해도 가슴이 벅찬 것이다. 더구나 당대 글 높은 지식인만 향유하지 않고 언문으로 기록해 불문의 승속이 함께 육자진언을 염송하여 조선 시대를 관통했으니 조선 선문의 선밀겸수와 육자진언의 시절 깊은 역사를 이제야 헤아리니 참으로 부끄럽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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