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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바루기 | 용사(龍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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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2-06-21 12:25 조회1,81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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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에는 예로부터 나가(Nāga 뱀) 신앙이 있다. 나가는 용왕, 용신, 코끼리, 혹은 뱀으로 번역되는 것으로 모두 물과 관련된다.

용신은 바다를 거처로 천공에 올라 비구름이 되고 지상에 보우寶雨를 뿌리는 대자연의 영위營爲이다.


 태장 만다라에서는 최외원最外院 서쪽에 수천水天이 배치되어 있다. 도상은 사삭(蛇索, 뱀 모양의 밧줄) 또는 사신蛇身으로 나타난다. 만다라의 위치에서는 극히 낮은 신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수천은 베다신화에서는 바루나(Varuṇa)라고 불리며, 원래는 태양신 그룹 아디티야(Āditya)의 우두머리로 태양과 함께 천계를 지배하는 물을 가리키고 있다. 토착신앙과 어우러져 나가로 되어간 것이다.


 그런데 나가, 바루나, 수신水神으로서의 뱀은 모두 단순한 물의 신만이 아니라 우주 대생명의 중심이 되는 신이 된다. 인도에 있어서는 이 큰 힘이 용왕신앙이 된다. 그리고 이 위대한 힘이 석존의 덕을 보여주게 된다. 이는 석존이 깨달음을 얻었을 때 무칼 린다용왕(Mucalinda, 혹은 무찰 린다Mucilinda)은 깨달음을 얻기 위해 똬리 속에 석존을 끌어들여 석존과 일체화한 모습이 된다.

한 수하용왕상樹下龍王像 석주石柱는 정면에 가지가 무성한 보리수(수목신앙과 관련), 중앙의 옥좌에는 다섯 머리의 용, 나가 무칼 린다가 수호하고 있다. 보리수와 옥좌는 부처의 소재를 나타내지만 부처는 보이지 않고 용왕으로 표시되어 있다.


 용왕으로 부처를 보여주는 신앙은 널리 불교에 계승된다. 『대지도론』3에 ‘큰 용왕은 큰 바다에서 일어나 큰 구름을 일으키어 온 허공을 두루 덮게 하고, 큰 번개와 광명을 놓아 천지를 밝게 비추며, 큰 비를 내려 만물을 윤택하게 한다.’고 설하고 있다.


 고대 인도에서 나가가 대생명을 나타내는 예로는 라마그라마 스투파(Ramagrama stupa) 그림에서도 볼 수 있다. 가운데 탑이 있고 그 좌우에 나가가 배치되는 것이다. 탑은 부처 사리를 봉납하는 것이지만 사리신앙은 단순한 유골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의 상징이며, 또 탑은 봉분이 아니라 천지를 연결하는 대생명의 상징으로 궁극의 정토를 보여주는 것이다. 스투파는 밀교에서 대일여래의 상징이 되는 것이기도 하다.


 밀교에서 나가가 위대한 힘을 가지고 주존主尊이 되어가는 예는 불공견삭관음(不空羂索觀音, Amogha-pāśa)에서 볼 수 있다. 『불공견삭경』은 이 입장에 선 경전으로, 그것은 일전一轉하여 대일여래가 되어야 할 존격이 된다. 불공견삭관음의 여러 손에는 각각의 기물을 가지고 교화구제에 힘쓰는 모습이 보이는데, 이 존의 본질적인 상징은 사삭蛇索으로 나타난다.


 또한 금강계만다라의 사섭존四攝尊인 구삭쇄령鉤索鎖鈴 속의 금강삭보살金剛索菩薩은 구제의 사역을 밧줄을 가지고 고해에 잠기는 중생을 만다라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존인데, 그 상징도형은 사삭으로 나타나 있어 나가의 힘을 정신적으로 높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