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총지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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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뜨락 | 아름다운 부자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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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2-06-20 14:53 조회1,16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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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들 가난해서, 배우지 못해서,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꿈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성공하지 못한 이유를 자기 자신이 아닌 환경 탓을 한다. 그래서 내가 알고 있는 분의 내러티브(이야기)를 소개하려고 한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63세의 여성이다. 그녀는 우리나라 남쪽 끝 시골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얼굴조차 생각이 나지 않는다. 아버지는 무슨 병인지는 모르지만 다른 아버지들처럼 일을 하지 못하고 거의 병석에 계셨다. 경제력이 없던 엄마와 딸은 친가에서 조부모와 함께 살아야 했다. 초등학교에 입학은 했지만 끝까지 다니지 못했다. 엄마가 아팠기 때문이다. 역시 무슨 병인지는 모르지만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였다. 아픈 엄마조차 그녀 곁을 떠났다. 그 후 그녀는 작은 아버지 집에서 살며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해야 했다. 작은집 딸들이 학교에 가서 공부하는 동안 빨래하고, 청소하고, 밥하고….정말 소처럼 일을 했다.


 어느 날 할머니가 말씀하셨다. ‘아가, 시집가거라. 그래야 네가 이 고생을 면한다. 내가 죽기 전에 너를 시집보내야지….’라고 하셔서 19살에 중매로 결혼을 했다. 할머니 생각은 자기가 죽으면 작은집에서 일하느라고 처녀귀신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신 것이다. 좋은 남자를 만나 부모한테 받지 못한 사랑을 받으며 살기를 소원하셨던 것이다.


 19살에 시집을 간 그녀는 아들 둘, 딸 하나를 낳았다. 그동안의 시집살이는 작은집 더부살이 못지않게 그녀를 힘들게 했다. 그녀는 자신이 배우지 못한 한을 자식들에게는 물려줄 수가 없어서 목수였던 남편이 사용하는 오토바이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아이들을 통학시켰다. 그리고 큰 아들이 중학교에 진학하기 전에 서울로 가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푼푼이 모은 몇 푼을 들고 고향을 탈출하였다.


 서울생활 역시 고달팠지만 그녀에게 서울은 희망의 삶터였다. 열심히 일을 하면 일한만큼의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몸이 부서져라 일을 해도 남 좋은 일만 시켰지만 서울은 일을 하면 자식들을 배불리 먹이고 따뜻한 옷을 입히며 교육을 시킬 수 있어서 보람이 있었다. 그런데 그녀는 자기 가족에게 뿐만이 아니라 동네 어려운 분들을 자기 가족처럼 돌봐주는 이타심이 컸다. 그래서 동네 어르신들은 물론 아이들까지 그녀를 좋아했다. 그 호감이 이웃 간의 신뢰를 형성하였고, 그 신뢰가 큰 재산이 되었다.


 낡은 대로 낡은 3층 건물의 집주인인 할아버지가 혼자되신 후에는 자식처럼 할아버지를 돌봐드렸다. 아까워서 못 팔던 집을 이웃 할머니가 자신이 보증을 서겠다며 강한 믿음을 보이자 고집불통 할아버지였지만 그녀가 융자를 미리 받아서 살 수 있도록 편의를 봐주셨다. 그렇게 해서 서울에 온지 20년 만에 3층 건물 주인이 되었다. 칸칸이 전세를 주고 자기네는 아주 작은 공간만 사용하였지만 무일푼에서 건물 주인이 되었다는 것은 기적이었다.


 그런데 5년 전 그곳이 재개발이 결정되어 그녀는 감정평가 결과 45평 이상의 아파트 분양권을 가질 수 있었지만 아이들을 위해 25평 2채를 받았다. 서울에 온지 35년 만에 어마어마한 재산을 모은 것이다. 그런데 그보다 더 큰 재산은 아이들의 성장이다.

모두 자랑할 만한 직업을 갖고 있다. 자식들이 엄마한테 이제 제발 쉬라고 하지만 그녀는 현재 장애인의 생활을 도와주는 활동 지원사로 일을 하고 있다.


 나는 그녀가 너무 훌륭해서 주위에 자랑을 한다. 그녀는 그야말로 맨땅을 일구어 큰 나무를 키워냈다. 그녀는 부지런하고 겸손하고 정직하고 책임감이 강하다. 그녀가 주말 근무로 우리 집에 온 것은 그녀의 종교가 불교이기 때문이다. 일요일 예배 때문에 주말에 일을 하지 않는 활동보조인이 많은데 그녀는 주말에도 일을 한다. 그녀는 진심으로 나의 불편을 덜어주려고 세심히 살핀다. 배움이 없어서 몸으로 하는 일은 안 해본 일 없이 다 해봤다는 그녀에게 어떻게 활동지원사를 하게 되었느냐고 묻자 동네에 시각장애인 언니가 있어서 도와주다가 장애인을 보살펴주고 최고의 시급을 받는 직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며 장애인 분들 때문에 당연히 해야 할 보살핌으로 돈을 번다며 고마워했다. 그녀에게서 관세음보살을 느낀다. 노동으로 부를 쌓고 이웃을 가족처럼 돌봐주는 그녀야말로 존경받기 마땅한 아름다운 부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