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총지종

위드다르마 연재글

불교총지종은 ‘불교의 생활화, 생활의 불교화’를 표방하고 자리이타의 대승불교 정신을 일상에서 실천하는 생활불교 종단입니다.

죽비소리 | 선택, 좋은 인연 가꾸기

페이지 정보

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1-12-13 11:35 조회1,870회

본문

95f2e8d0da020907a9f17cd7c27d82da_1639362948_1154.PNG

다양한 인연 속의 선택들... 서로 좋은 인연이 되길

 

요즘은 미디어에서 경연이나 배틀(battle)이 인기다. 승자는 웃으며 남고 패자는 울며 떠나간다. 하지만 영원한 승자는 없다. 예선에서 이기면 결선을 치러야 있고, 결선도 1차에서 이기면 2차를 겨뤄야 한다. 어차피 우승은 처음부터 한 사람()에게만 주어진 영광이다.

 

우승자는 성공을 보장받는 것이 상례지만 꼭 그렇지만도 아닌 것이 세상이다. 우승을 한 뒤 이름 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얼마든지 있다. 히트송 하나만 남기고 영원히 기억되지 못한 채 사라진 가수도 있다. 그런데 히트곡 하나 또는 세계대회 금메달 하나로 평생 인기를 누리는 이도 있으니 묘한 일이다.

 

승자가 훗날 다른 경기에서 패자가 되기도 하고 반대로 패자가 승자가 되기도 한다. 그래도 주어지는 기회마다 최선을 다할 때 그 결과는 사뭇 달라진다. 그래서 일단은 승자가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보통 우리네 삶이다. 노력하지 않고 성공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에 우리는 확률이 높은 쪽, 노력하는 쪽에 패를 거는 것이다.

 

코앞에 다가온 2022년 대통령 선거와 지방자치단체 선거에도 승자가 되려는 이들이 줄을 서 있다. 국민들이 4~5년 적지 않은 기간의 국정을 맡기는 일이고 국민들 스스로가 운명을 결정하는 일이라지만 시계(視界)는 제로다. 어떤 결과에도 승복하고 그에 따른 과보를 수용할 뿐이지만 마음이 편치만 않다.

 

필자도 선택을 겪어 본 경험이 몇 차례 있다. 선택을 받지 못했을 때는 아쉬움도 있지만 더 이상 책임질 일이 없으니 편안함으로 위안을 삼기도 하고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자 노력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선택을 받고 일을 하게 된 경우에는 훗날 돌아볼수록 부족함이 많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여러 회원들이 도와준 덕분에 조그마한 성과라도 낼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에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산을 오를 때 여러 갈래 길이 있지만 정상에 오르기는 마찬가지인 것처럼 모든 길은 다 통한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어느 한 쪽 길로 가게 되면 다른 길은 전혀 갈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인생길에도 많은 선택지가 있었던 것 같지만 실제로는 하나씩만 선택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거꾸로 되돌이킬 수도 없고 그때그때 선택하며 나아가야 하는 오직 이 한 길이다.

 

젊어서는 잘 몰랐지만 나이 들수록 순간순간의 선택과 인연이 소중했음을 느끼게 된다. 특히 선택이란 게 내 마음대로 한 것 같지만 사실은 자기를 둘러싼 수많은 인연 속에서 이뤄진 것임을 알게 된다. 인연이 성숙되지 않으면 아예 어떠한 일도 이뤄질 수 없으니 모든 것은 인연이라 할 수 있겠다. 그래서 불교에서 늘 인연을 강조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인연은 늘 있는 것 같아도 언제 어떤 식으로 사라질지, 또는 새롭게 다가올지 모르는 일이다. 좋은 인연이든 그렇지 못한 인연이든 한 번 스쳐 지나가면 그 뿐인 것 같지만 훗날 또 다른 인연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러므로 외나무 다리에서 만날 원수가 생기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좋은 선택으로 좋은 인연을 가꿔야만 좋은 인연의 과보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해(苦海) 바다에 비유하지 않더라도 살다보면 누구나 어려움을 겪는다. 시험에 낙방하고 사업에 실패하고 기타 등등 많은 사연들이 있다. 그 어려울 때 손을 내밀 수 있는 사람이나 대상이 하나라도 있다면 스스로 목숨을 포기하는 일은 없으리라 믿는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 누군가에게 소중한 인연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