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총지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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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선성취 | 친구야 잘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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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1-03-30 11:43 조회2,46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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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잘 가!

 

우리는 하루하루 헤어지는 연습을 하며 살아가야 한다. 우리는 이 세상에 외롭게 태어나, 외롭게 살다, 외롭게 홀로 간다. 세상에 태어나 알아야 할 일은 다시 떠나는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헤어지는 연습을 하며 살아야 한다.

 

나에게 삶은 자신의 쓸쓸한 투쟁이고, 나에게 인생은 자신의 쓸쓸한 노래이다. 그래서 나는 작별하는 절차를 배우며 살아야 하고, 작별하는 방법을 배우며 살아야 하며, 작별하는 말을 배우며 살아야 한다.

 

어릴 적부터 말을 심하게 더듬고 내성적이었던 난 친구가 몇 명 없다. 그래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때 친구들이 없다. 지금 알고 지내는 친구는 20살 이후에 만난 친구들이다. 그 몇 안 되는 친구 중에 태경이라는 친구가 있다. 내성적이고 사람을 잘 사귀지 못하는 성격이라 나보다 더 친구가 없었던 태경이가 나와 많이 닮은 것 같아 정이 많아 가고 더 친하게 지냈었다.

 

대학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던 태경이는 대학을 그만두고 컴퓨터 공부를 해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되어 서울에 있는 벤처기업에 취직하여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대학 4학년 때 국가고시 시험을 치기 위해 서울에 가게 되어 태경이에게 연락하니 서울에 오면 자기 집에서 자고 아침에 시험 치러 가라며 반갑게 맞아 주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나는 총지종의 통리원 교무로 서울에서 일하게 되었고 먼저 서울에 터전을 잡았던 태경이와 자주 만나게 되었다. 하루는 태경이가 일이 있어 역삼동 통리원 사무실을 찾아왔던 적이 있다. 그 당시 나는 통리원 사회부 일을 하며 종단 홈페이지도 관리하고 있었는데 컴퓨터 프로그래머였던 태경이는 종단 홈페이지를 보더니 홈페이지가 부실에 보였던지 홈페이지를 자신이 새로 만들어 주고 싶어 했었다.

 

시간이 흘러 나는 총지종의 승직자가 되기 위해 시무 생활을 시작했고 태경이는 서울의 직장을 그만두고 부산에서 프리랜서 생활을 시작했다. 그렇게 다시 멀리 떨어지게 된 태경이와 차츰 연락이 뜸해지기 시작했다.

 

얼마 전 친구 태경이가 오랜만에 전화해 받았더니 태경이가 아니라 태경이 형이 전화해 태경이의 부고 소식을 전했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소식에 어떻게 해야 할지 먹먹했다. 태경이 형의 말로는 자다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한다.

 

서울의 직장을 그만두고 부산에 내려왔던 태경이는 프리랜서로 일을 하며 주식투자도 같이하게 됐고 어느 순간부터는 일은 하지 않고 주식투자만 하게 되었다. 그러다 서울에서 일하며 모아두었던 돈을 주식으로 잃게 되었고 집 밖으로는 거의 나오지 않고 하루 종일 방에서 컴퓨터만 들여다보았다고 한다.

 

장례식장에서 태경이의 영정사진이 흐릿하여 잘 보이지 않아 너무 안타까웠다. 그 잘생겼던 얼굴을 보고 싶었는데, 사진이 없어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던 사진을 출력해서 영정사진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친척이 없고 가족이라곤 어머니와 형뿐이었던 태경이의 빈소는 적막하였다.

 

태경아! 혼자서 많이 힘들고 괴롭고 외로웠을 텐데 정말 미안하다. 내가 조금 더 관심 가져주고 자주 연락하지 못해서 미안하다. 사람들에게 싫은 소리 한번 안 하고 항상 착하고 바르게 살았던 친구! 친구야 잘 가! 다음 생에도 친구로 또 만나자!

늦었지만 너에게 이 시를 바친다.

 

나는 지금 홀로 길을 가네

돌 투성이 길은 안갯속에 어렴풋이 빛나고

사막의 밤은 적막하여 신의 소리마저 들릴듯한데

별들은 다른 별들에게 말을 걸고 있네

무엇이 나에게 그리 힘들고 고통스러운가

나는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가

내가 후회할 만한 것이 있던가

나는 이미 삶에서 아무것도 바라지 않으며

과거에 한 점 후회가 없네

그저 자유와 평화를 찾아

다 잊고 잠들고 싶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