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총지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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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유 | 받아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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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1-03-30 11:40 조회2,47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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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들임

 

요즘 딸아이의 한숨 섞인 푸념을 자주 듣는다. 무엇에 대한 푸념인고 하니 딸아이가 일하면서 느끼는 사람에 대한 회의감과 인류애 상실에 대한 것. 일하다 보면 사람에 대해 오만 정이 다 떨어진다고 하더라. 세상을 살다 보면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 사람들 중에는 나와 가치관이 맞는 사람도 있고,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며 살 수가 있지?’ 싶을 만큼 나와는 전혀 맞지 않는 사람을 만나게 될 때도 있다. 그냥 단순히 나와 가치관이 달라 맞지 않는 것으로 끝나면 다행이지만, 상대방 쪽에서 자신과 다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본인과 같아지기를 종용하거나 자신만의 생각을 고집하려 하면 그보다 더 피곤하고 곤혹스러운 일 또한 없을 것이다.

 

저마다 자라온 환경이 다름에 따라 나와 생각이 똑같은 사람이 존재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가정환경과 사회환경, 다양한 경험 등을 통해 가치관이 형성되기 때문에 나와 타인의 가치관은 완벽히 일치할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떠한 문제상황 속에서 서로의 가치관이 다름을 인정하고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이 이상적일 테지만 자신의 의견만을 주장하고 상대의 의견은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군에서 일을 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일이 될 수밖에 없다.

 

간혹 마트나 핸드폰 판매매장 등을 방문하게 되었을 때 내가 듣기에도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며 직원을 괴롭히는 사람들을 보게 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역시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에서 근무한다는 것이 정말 힘든 일이라는 걸 몸소 깨닫게 된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마냥 나와 마음 맞는 고객만이 찾아오는 것도 아니니 이런저런 사람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받아들이고 순응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이렇게 일을 하며 사람을 상대할 때뿐만 아니라 가족이나 친구와의 관계에서도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다. 다 내 마음 같지 않으니 내 나름대로는 긍정적인 생각과 마음에서 한 행동들이었으나 그 의도와 다르게 상대에게 받아들여질 때가 있는 것이다. 그것은 나의 잘못도 상대의 잘못도 아니다. 그저 저마다의 가치관과 생각이 달라서 그렇게 되었을 뿐이다. 앞서 일 하면서의 상황에서나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나 서로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이라는 것을 알고 또 상대와 내 생각이 같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지만, 막상 그러한 상황에 부딪히게 되면 그래 저 사람과 나의 가치관이 다를 뿐이야.’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뭐 저런 사람이 다 있어?’라고 생각하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게 된다.

 

일하는 상황에서든 그냥 개인적인 일상에서든 서로의 가치관과 생각이 달라 의견 충돌이 생겼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서로의 생각과 의견에 대해 충분히 얘기를 나눠보는 것이다. 상대가 어떤 생각에서 그런 언행을 보이는지, 또 나는 어떤 생각으로 이런 언행을 했는지 서로가 충분히 대화를 나눠봐야 하고 이렇게 얘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입장만 고수한 채 상황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서로가 다름에 대해 받아들이고 그 상황을 종료하는 것이 답이리라.

 

서로가 다름에 대해 받아들이라는 것은 그저 말 그대로 상대와 내가 다름에 대해 또 지금의 이 상황에 대해 가감 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말이다. ‘,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저 사람은 저렇게 생각하는구나.’하고 더 이상 그 어떤 생각도 하지 말고 그 상황을 종료해버려라.

 

물론 이렇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그러한 상황에 있어 부정적인 생각과 반응을 한다고 하여 달라지는 것이 있는가? 있다면, 얼마든지 원하는 대로 해도 된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하여 달라지는 것도 나아지는 것도 없을 것이다. 화와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면 나만 손해다. 그러니 나와 가치관이 다른 사람에 대해 자꾸 저 사람은 왜 저러는 거야라며 내 생각에 맞게 정의 내리고 이견을 내려 하지 말고 그냥 저 사람은 그렇구나. 나는 아닌데. 하고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종료하는 게 결과적으로는 나에게 더 나은 방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