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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율이야기 | 말하지 않고서 행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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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0-12-29 14:27 조회2,67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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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않고서 행하지 말라

 

말하지 않고 자리를 뜨지 말라

어떤 일을 하거나 행동을 할 때 아무런 말 없이 행하면, 바일제에 해당한다. 바일제는 계를 어겨서 참회해야 하는 계목이다. 말을 하지 않아 계를 범하는 경우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거사의 집에 앉아 있다가 말하지 않고 떠나지 말라는 계다. 이를 좌불어거계坐不語去戒라 한다. 이 계의 인연담은 다음과 같다. 사분율의 내용이다.

 

부처님께서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 어떤 비구니가 옷을 입고 바루를 가지고 어느 거사의 집에 들어가니 거사의 부인이 혼자만 앉을 수 있는 독좌상獨坐床을 마련하여 비구니에게 내어 주었다.

 

부인이 집 안으로 들어간 뒤에 비구니는 조금 앉아 있다가 곧 그곳을 말없이 떠났다.

 

그때 마침 지나가던 소년이 그것을 보고 상을 훔쳐 달아났다.

이로 말미암아 그 부인은 독좌상을 비구니가 훔쳐 갔다고 하여 비난이 자자하므로 부처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계율을 제정하였다.

만약 비구니가 거사의 집에 들어가서 독좌상에 앉아 있다가 주인에게 말하지 아니하고 앉는 상을 그냥 버려두고 떠나면 바일제이니라.”

 

말하지 않고 떠나니 주인이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오해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상황은 오해를 한 주인의 잘못이 아니라 말없이 떠나 오해를 받게 된 비구니의 행동이 문제인 것이다.

 

여기서 두 가지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 하나는 정확한 의사를 전달하지 않으면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분명한 의사표시는 불필요한 오해를 줄일 수 있다.

 

대개의 경우, 오해는 소통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한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떠난다는 말을 하고 갔으면, 최소한 훔쳐 갔다는 오해는 받지 않았을 것이다.

 

의사를 분명하게 표시하지 않으면 위와 같이 오해받기 십상이다.

따라서 오해를 받지 않으려면 귀찮더라도 반드시 말을 하는 것이 서로를 위해서 옳다. 그렇지 않으면 오해를 받을 소지는 큰 것이다.

 

억울한 일을 당하거나 억울한 말을 듣게 되는 것도 대체로 오해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오해받지 않도록 처신하고 행동해야 할 것이다.

 

오해를 받는 경우로, 이와 비슷한 옛말이 참외밭에서는 신발 끈도 묶지 말라.’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말이 있다. 오해받을 일을 한 경우에 적용되는 말이다.

 

말을 해서 오해를 받기보다는 말을 하지 않아 오해를 받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따라서 어떤 일을 하거나 행동을 하거나 어디를 가더라도 분명하게 말하고 가는 것이 좋다. 공동체 생활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이를 보고報告라고 말한다. 보고는 일의 결과나 상황을 알리는 것을 말하므로, 공동체 생활에서는 알리는 것이 참으로 필요하다. 그래야 기강이 서고 위계가 바로 잡히고 질서가 정연해지는 법이다. 이것이 사라지면 조직은 망가진다.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말도 없이 무단으로 출타를 한다면, 과연 바른 조직이라 할 수 있겠는가.

 

한 가정에서도 자식이 부모님에게 말하지 않고 며칠 동안 집을 나가서 들어오지 않는다면, 어느 가정인들 바른 가정이라 할 수 있겠는가.

 

두 번째로 생각해볼 문제는 말없이 떠난 비구니가 참으로 예의가 없다는 점이다. 독좌상을 내어준 거사의 부인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말을 하고 떠나는 것이 예의다. 그런데 그 비구니는 예의가 없을 뿐만 아니라 감사해 하는 마음도 찾아볼 수 없다.

 

우리 주변에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말하지 않는 마음대로 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무례無禮하고 바르지 않다. 호의를 무시하는 행동이며 감사히 여기는 마음도 찾아볼 수 없다. 이런 마음으로 누구를 가르친다는 것인가.

 

말하지 않고 자리를 펴거나 잠자지 말라

또 이런 계율이 있다. ‘거사의 집에 가서 주인에게 말하지 않고 마음대로 자리를 펴고 잠자지 말라는 계다. 이를 불어부숙계不語敷宿戒라 한다. 이 계의 인연담은 다음과 같다. 사분율의 내용이다.

 

부처님께서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 많은 비구니들이 코살라국을 향해 가다가 마을에 이르러 주인에게 말하지 않고, 곧바로 남의 집에 들어가 마음대로 좌구(坐具)를 펴고 거기서 잠을 잤다.

 

많은 거사들이 이를 목격하고 출가자의 행동이 이렇게 거칠어서야 되겠는가하고 비난하므로 부처님께서 다음과 같이 계를 제정하였다.

만약 비구니가 거사의 집에 들어가서 주인에게 말하지 아니하고 마음대로 좌상(坐床)을 펴고 자면 바일제이니라.”

 

염치를 모르는 자 수행자가 아니다. 또 부끄러워하지 않는 자 수행자라 할 수 없다. 이를 어리석은 사람이라 한다.

 

염치도 없이 남의 집에 들어가서 마음대로 자리를 펴고 잠잔다는 것은 상식밖의 일이다. 막행막식히는 것은 바른 행이라 할 수 없다.

 

위의 비구니는 무단으로 남의 집에 들어간 것도 잘못이오, 말없이 마음대로 좌구를 편 것도 잘못이다. 이는 잘못을 넘어 무례한 행동이며, 특히 허락을 받지도 않고 잠을 잔다는 것은 거칠기 짝이 없는 행동이다. 누가 이를 출가 수행자라 하겠는가.

 

오늘날에 비유하면, 무단으로 주거지를 침입한 것은 범죄에 해당한다.

 

수행적인 측면에서는 출가자의 위의도 아니며 바른 행도 아니다. 예의가 없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수행이란 다른 것이 아니다. 예의를 갖추는 것이고 염치 있는 행을 하는 것이 수행이다. 파렴치하여 무례한 행동은 수행과 거리가 멀다. 수행은 계율을 지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