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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유 | ‘비난’과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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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20-10-06 15:24 조회4,275회

본문

비난비판

 

비난이란 남의 잘못이나 결점을 책잡아서 나쁘게 말하는 것을 의미하며, ‘비판이란 현상이나 사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여 밝히거나 잘못된 점을 지적함을 뜻한다. 철학에서의 비판이란 사물을 분석하여 각각의 의미와 가치를 인정하고, 전체 의미와의 관계를 분명히 하며, 그 존재의 논리적 기초를 밝히는 일을 의미한다.

요즘 인터넷 뉴스 하나만을 보더라도 해당 기사에 달리는 수많은 댓글들을 보고 있자면, 나도 모르게 자연스레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본인이 말하고 있는 것이 비난인지 비판인지 알지도 못하는 체 논리적인 척 필터 없이 마구 쓰여나간 댓글들을 보고 있자면, 저절로 머리가 지끈 지끈해져 온다.

 

얼마 전, 딸아이와 최근 논란이 되었던 방송인에 대해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우리가 얘기를 나누었던 방송인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일을 했고, 딸아이는 거기에 대해서는 비판을 하고 받는 것이 당연하나, 관련 기사의 댓글에는 비판을 넘어 도를 지나친 비난의 글들이 올라와 있었다고 했다. 사회적으로, 또 도덕적으로 잘못된 일을 저질렀다면 응당 비판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나 잘못된 점을 이유로 무분별하게 그 사람을 비난하는 것은 매우 옳지 못한 일이다.

 

사람들이 모이면 자연스레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찾게 되고, 그 자리에 없는 타인에 대한 이야기는 항상 메인 주제가 된다. 그 사람이 정말 좋은 사람이라면 이야기의 주는 칭찬이 되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그 사람을 헐뜯는 말이 주가 될 것이다. 하지만, 대개는 말하고자 하는 이가 좋은 사람이어도 그 사람의 사소한 단점들을 기어코 찾아내 입방아에 올리곤 한다. 이에 대해 대부분은 동의하리라. 이에 동의하지 못한다면 그대는 매우 참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니 스스로에게 칭찬의 박수를 쳐주길!

그렇다면, 왜 항상 우리는 비판이 아닌 비난을 하게 되는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을 독자들 스스로 잠시 생각해보고 나머지 글을 마저 읽어주길 바란다. 설자의 답은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감정을 가지고 있다 보니 무엇에 대해 얘기하든 본인의 느낌과 견해가 많이 들어가게 된다. 우리가 감정이 없다면 컴퓨터처럼 혹은 수학 문제의 답처럼 이것이 옳다, 저것이 그르다고 객관적인 답변을 할 수 있겠지만, 감정이 있다보니 여기에 대해서만 옳고 그름을 얘기해야지 하다가도 어느샌가 그 사람에게 서운했던 점이나 과거에 나에게 상처를 줬던 일, 아니면 관련 있는 다른 일들이 떠올라 그 사람은 진짜 못돼먹었어! 어떻게 그렇게 뻔뻔할 수가 있지?”라며 당초의 잘못된 점 보다 더 큰 잘못을 저지른 사람으로 만들어버린다.

 

그래, 사람이라 그렇다. 사람이라. 하지만, 우리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는 제자들이 아닌가? 부처님은 남을 원망하지 말라고 하셨다. 남이 나에게 원망하여도 그 원망을 또 다른 원망으로 갚지 말라고 하셨다. 수박씨를 뿌린 곳에 어디 참외가 나겠는가. 내가 누군가를 비난하고 힐난하였다면, 그와 똑같이 아니 더 배가 되어 나에게 돌아올 것이다. 그러한 일들을 그대들은 감당할 자신이 있는가?

 

내가 한 비난들이 나에게 더 크게 돌아올 것을 걱정하여 행동하지 않기보다도 애초에 그게 잘못된 일이라면 행하지 않는 것이 맞다. 비난과 비판은 엄연히 다른 것임을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모두 정확히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를 바란다. 이 글의 처음에서 비난과 비판의 사전적 의미를 이야기하였다. 다시 한번 살펴보자면, 비판은 옳고 그름을 밝히는 것. , 이것이 맞고 저것이 틀리다 와 같이 상황에 대해 객관적으로 판단을 하는 것이다. 반면 비난은 남의 잘못과 결점을 나쁘게 말하는 것이다. 이미 사전적 의미에도 나와 있지 않은가? 나쁘게 말하는 것이라고.

 

누군가가 저지른 나쁜 잘못, 사회적으로 또 도덕적으로 옳지 못한 일을 저지른 것에 대해서는 당연히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잘못을 이유로 하여 상관없는 부분까지 끌어와 무분별하게 비난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