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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물동이가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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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65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21-12-01 신문면수 9면 카테고리 종합 서브카테고리 역삼한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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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탁상달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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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1-12-06 11:40 조회 1,57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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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물동이가 주는 교훈

인도의 물 긷는 기구 중에 긴 막대기 양 끝에다 물동이를 매달아 어깨에 메고 다니는 것이 있습니다. 

인도의 어느 양반댁에서 일하는 하인의 물긷는 기구의 물동이에는 우물가에서부터 집에 도착할 때쯤에 한쪽 물동이는 온전하게 물이 다 차 있지만, 금이 간 다른 한쪽 물동이에는 물이 절반밖에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이런 연유로 수년 동안이나 물 긷는 하인은 언제나 한 동이 반 정도밖에 물을 길어 오지 못했습니다. 

이를 깨달은 깨진 물동이는 자기가 절반 밖에 일하지 못한 것에 대해 항상 부끄럽고 미안하게 생각하였습니다.

어느 날 금이 간 물동이는 절망적인 심정으로 물 긷는 하인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죄송해요. 당신께 용서를 빕니다.” 

“왜? 무슨 용서지? 도대체 뭐가 죄송하다는 말이지?” 

라고 물 긷는 하인이 다시 물었습니다. 

“저는 지난 몇 년 동안 양동이 틈새로 물이 새버려서 언제나 물을 절반밖에 못 가져오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않았습니까? 나의 결함 때문에 당신의 힘든 노력이 허사가 되어 버린 적이 많잖아요? 그러니 미안해할 수밖에요?”라고 금이 간 물동이가 대답하였습니다.

물 긷는 하인은 깨진 물동이를 불쌍히 바라보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양동이야? 넌 물을 길어서 주인집으로 돌아오는 오는 길에 길가에 핀 아름답고 예쁜 꽃을 본 적이 있지? 우리가 왔던 그 길에서도, 네가 걸려 있는 벽 쪽 옆길에도 향기 나는 꽃들이 많이 피어 있지? 나는 너의 결함을 잘 알고 있었기에 네가 물을 흘리는 쪽 길가에다 예쁜 꽃씨를 심었단다. 매일 우리가 우물로부터 물을 길어서 주인집으로 가는 동안 네가 그 꽃에다 열심히 물을 준 셈이 되었지. 지난 몇 년 동안 나는 그 아름다운 꽃을 꺾어서 주인의 테이블 위에다 장식했으니, 결국 주인집이 밝고 아름다운 집이 된 것은 다 네 덕분이 아니겠니?”

우리는 이 물 길어 나르는 하인의 삶의 가치관과 생활 철학에 주목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우리 인간들은 저마다 많은 결점을 가지고 삽니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깨진 물동이와 같은 존재인지도 모릅니다.

눈앞에 보이는 실수나 오류로는 아무 보잘 것도 없고 의미 없으며 존재조차도 없는 것으로 느껴질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이 각각의 하찮은 미물들도 저마다 자신의 자리에서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자기 스스로는 결코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는 작은 생명체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도 저마다 한두 가지 결함을 가지고 삽니다.

그렇지만 각자가 지닌 그 결함이 때로는 전화위복이 되어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거나 행복을 가져다주기도 하며 그 결함조차도 서로서로 조화를 이루어서 우리 인생의 삶을 흥미롭게 하거나 또 어떨 땐 큰 보상을 가져다주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온갖 천태만상(千態萬象)의 사람들과 함께 서로서로 결함을 공유하며 살고 있지만 우리 서로 결점을 공유하고 나누어 가지면서 살아간다면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좀 더 밝고 아름다운 세상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 우리는 부족함과 결함을 알고 칭찬과 격려, 존중과 배려, 나눔과 감사, 협력과 소통의 인연이 함께하는 12월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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