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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함을 당했을 때 무아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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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64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21-11-01 신문면수 10면 카테고리 종합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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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박희승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교수 필자정보 -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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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1-11-05 15:17 조회 1,63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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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글: 불교로 여는 삶 (6회)

억울함을 당했을 때 무아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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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다 보면 뜻하지 않게 남의 비난을 받거나 억울한 일을 당하는 수가 있지요? 또 철석같이 믿었던 가까운 이가 배신을 하기도 합니다. 거리에서 어깨를 부딪치거나 만원 지하철에서 발을 밟히기도 하지요. 가벼운 한두 차례 실수는 누구나 저지를 수 있으니 쉬이 넘어가지만, 오해로 비난을 듣거나 억울한 일을 당할 때는 참고 지나가기가 아주 어렵습니다.

이런 일을 당했을 때 잘못 대처하면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아 우울증에 걸리어 병이 깊어지기도 합니다. 과연 부처님 제자라면 이런 경우에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지혜로운 방법일까요?

불교를 모르는 일반인들이라면 억울한 일을 당하여 비난을 받거나 믿었던 가까운 이에게 배신을 당하면 상대를 원망하고 보복을 주저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람들 사이에 흔한 다툼과 갈등은 이렇게 일어나지요. 싸움과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경우 십중팔구는 이처럼 상대를 원망하고 맞대응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충돌이 친구와 가족, 그리고 집단 차원으로 확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일이 누적되면 감정의 골이 깊이 파이고 건널 수 없는 강이 만들어지고 원수가 되어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없는 관계가 되기도 합니다. 

이런 다툼은 비단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가족과 지역, 단체, 그리고 민족과 국가, 종교 사이에도 일어납니다. 특히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그렇습니다. 우리 남한과 북한의 관계와 한국과 일본도 그렇지요? 우리나라와 중국은 또 어떻습니까? 중동 지역의 기독교와 이슬람, 유대교와 이슬람 사이의 종교 갈등은 십자군 전쟁 이래 1천 년이 넘어 지금까지 수많은 살상과 전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개인이나 국가, 종교의 대립 갈등에 대하여 불교에서는 어떤 지혜가 있을까요? 현존하는 불교 지도자 중 가능 유명한 분이 티벳불교의 달라이라마 스님입니다. 스님은 이런 일을 당했을 때 ‘용서’를 말합니다. 

“우리에게 상처를 주고 우리가 적이라 부르는 사람이 우리에게 어떤 짓을 했는가에 상관없이, 세상 모든 존재는 우리 자신이 그렇듯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존재임을 떠올린다면, 비로소 용서와 화해로 나아갈 수 있다.”고 합니다. 

스님은 진정한 삶의 승리자는 적이 아닌, 자기 자신의 분노와 미움을 이겨낸 사람이라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부처님은 이런 경우에 어떻게 하셨을까요? 

불자들이 가장 많이 읽는다는 『금강경』에 보면, 부처님이 전생에 인욕보살일 때, 숲속에서 가리왕을 만나 사지를 절단당하는 악행을 당합니다. 물론 부처님 잘못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절대왕권을 가진 가리왕은 인욕 수행자의 인욕행을 시험한다며 팔과 다리를 절단하는 악행을 가합니다. 그럼에도 부처님은 가리왕에게 화내고 원망하는 마음이 없었답니다. 참으로 신기하지요?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요?  

부처님은 ‘나’라는 상(相)이 없는 무아(無我)를 알았기 때문에 사지를 절단당하는 능욕을 당하고도 괴로움과 원망하는 마음이 없었다고 하십니다. 만약 이때 부처님께서 조금이라도 나라는 생각에 집착하였다면 가리왕을 원망하고 미워하는 화를 내어 그 업(業)으로 깨달음을 성취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불제자라면, 부처님의 무아(無我)의 지혜를 배워 자기 것으로 생활화해야 합니다. 그래야 지혜롭게 잘 살 수 있습니다. 부처님처럼 억울한 일을 당하고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더라도 ‘나’라 할 것이 본래 없다고 보고 믿고 평상심으로 여여하게 살아가야 합니다. 만약 내가 있다는 분별심으로 미움과 원망하는 마음을 낸다면 생사 윤회의 고통을 끝없이 받으며 살아가야 합니다. 자, 어떤 길을 가시렵니까? 

박희승 불교인재원 교수 

(사)한국명상지도자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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