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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적 산물의 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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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61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21-08-01 신문면수 3면 카테고리 종합 서브카테고리 칼럼 지혜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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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김태원 칼럼리스트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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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1-08-04 14:27 조회 1,68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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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적 산물의 종교
다양한 주장의 융합과 조화가 필요한 시대... 새로운 문명단계, 불교의 외연 변화시켜야

어떤 종교이든지 동시대의 유행과 무관하게 교단을 유지하고 교리를 답습할 수는 없습니다. 종교가 발생한 까닭도 시대적 환경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종교가 언제 시작되었는지는 정확하게 시기를 알 수 없지만 인류가 뗀석기와 같은 원시적인 도구에 의지하여 살아가던 구석기 시대에도 종교가 있었을 것으로 추론합니다. 

그 근거로는 시신을 매장하였고, 매장 시 껴묻거리로 죽은 사람이 생전에 사용하던 도구를 함께 묻은 것을 듭니다. 사람이 죽으면 끝이 아니라 죽고 난 다음의 세계가 있다는 믿음은 인간의 사고가 보이지 않는 영역까지 확장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러한 추상적 인식의 확대에는 언어의 발달과 관련 있다고 합니다. 

이제는 동물도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이 밝혀졌는데 다만 인간만이 언어로 추상적 개념을 다룬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를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가상의 실재를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하였습니다.

한편으로 종교는 시대적 산물이기에 거대한 문명 전환기에는 종교도 함께 변화합니다. 새로운 문명이 세워지는 조건 중의 하나로 종교를 꼽고 있습니다.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문명의 부침을 탐구하여 하나의 문명권을 형성하는 세계제국에는 제국의 이데올로기에 해당하는 세계종교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집트 문명에는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로 상징되는 고대 이집트의 종교가 있었고, 알렉산더 제국에 흡수된 후에는 그리스 종교와 오리엔트 종교가 혼합된 헬레니즘 시대에 걸맞은 종교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다가 기독교가 성립한 후 기독교권으로 편입되었는데, 초기 기독교의 중심지의 한 곳이 바로 이집트입니다. 그리고 이집트의 기독교는 이슬람교가 성립한 후 쇠퇴하였지만 여전히 이집트 인구의 약 10%가 신앙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집트의 고유한 기독교를 콥트교라고 합니다. 세계의 다른 지역도 이집트에서 보이는 것처럼 여러 종교가 교대로 유행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고조선 시대부터 고유한 종교가 있었다고 합니다. 단군 왕검의 단군은 제사장의 의미이고 왕검은 임검·임금과 같은 의미로 정치적 지배자를 뜻한다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제정일치(祭政一致)의 사회였다고 합니다. 이후 고조선은 기원전 108년 한(漢)나랑 무제(武帝)의 침략으로 멸망하였지만 동시에 고조선의 영향력 안에 있던 많은 소국들이 독립하는 계기이기도 하여 소위 열국(列國) 시대가 됩니다. 

부여, 고구려, 옥저, 동예, 삼한이 이 시기에 등장한 나라들이지만 이 나라들도 수많은 소국의 연합체로 출발하였다가 점차 중앙집권 국가로 발전하였습니다. 아마도 종교는 고조선 이래로 비슷한 세계관을 가진 신앙체계가 기능하였다가 불교가 전래되면서 쇠퇴하였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그런데 왜 유교나 도교가 아닌 불교였을까요? 

위진남북조 시대에 북방 유목민들은 불교를 국가 종교로 수용한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중국에서 기원한 유교와 도교는 오호(五胡)로 일컬어지는 북방 유목민에게는 매우 낯선 종교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 민족도 혈통 상으로는 북방 유목민에 가깝기에 불교를 수용한 것이죠.

불교는 이후 고려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족에게 매우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러나 조선왕조에 들어오면서 불교는 혹독한 탄압에 직면하게 되지요. 승려는 천인으로 취급받고 도시에 있는 사찰은 모두 국가에 폐쇄되었고 지방에 있던 사찰은 유학자들에 의해 서원으로 개조되었죠. 그러다가 일제 식민지를 거치고 해방 이후 근대화 과정에서 불교는 신도 수가 늘어나게 됩니다. 

이는 조선왕조에 의해 억압받던 상황이 사라지면서 해방 이후 유교를 대신하여 자발적으로 불교에 입문한 사람들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1960년대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농촌인구가 도시에 이주하여 매우 빠르게 도시화가 진행되었는데, 불교는 이러한 변화에 매우 뒤처지게 되었습니다. 

산업화를 겪은 서구사회에서 전래된 기독교는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최적화된 종교였기에 급속한 신도의 증가를 이루어 마침내 현재 한국 사회에서 가장 큰 종교집단이 되었죠. 한편으로 민족적 자존감이 커짐에 따라 그동안 잊혔던 고유의 신앙이 증산교와 같은 이름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전래의 고유한 민족 종교에서부터 불교, 유교, 도교, 기독교를 비롯해 외국인 노동자의 이주와 더불어 이슬람교도 자리를 잡아 이제 한국 사회는 분명한 다종교사회로 접어들었습니다.

현대사회는 기성의 종교의 사회적 영향력은 점차 감소하고 새로이 등장한 종교가 널리 전파되고 있는 시대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의 배우 톰 크루즈가 열렬한 신도라는 사이언톨로지가 있습니다. 21세기에는 눈부신 과학의 발달로 수많은 학자들이 인류는 이제 새로운 문명단계로 진입했다고 주장합니다. 

인류는 암을 비롯해 모든 질병을 정복하여 100세 시대가 열렸고 조만간 영생(永生)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제시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19라는 역병의 창궐로 전 세계가 갑자기 위축되었습니다. 조만간 코로나 19가 퇴치되겠지만 또 다른 역병이 인류를 공격할 거라는 점은 명백해졌습니다. 동시에 80억에 달하는 인간이 무분별하게 소비하는 자원이 가져온 기후의 변화가 점차 격화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긍정과 부정의 극단의 상황이 교차되는 현재, 인류의 다양한 주장을 융합하고 조화를 이루는 역할은 종교가 가장 적임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그중에서도 불교가 그 역할의 가장 적임(適任)이라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대의 흐름에 맞게 불교의 외연을 변화시켜야 하지 않을까요.                     

칼럼리스트 김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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