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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무게는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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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57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21-04-01 신문면수 10면 카테고리 종합 서브카테고리 생명살림 경전이야기 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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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한주영 사무처장 필자법명 - 필자소속 불교환경연대 필자호칭 - 필자정보 -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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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1-04-02 14:41 조회 2,11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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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글: <본생경>에서 얻은 교훈 (③회)

생명의 무게는 같다

부처님의 본생담을 담은 자타카에 속하는 『육도집경』 제1권 <報施度無極章> 제2장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살바달 왕은 중생에게 보시하여 그들이 구하는 바를 마음껏 주었으며 액난을 딱하게 여기고 구제하기에 항상 비창(悲愴)함이 있었다. 제석천은 왕의 인자한 은혜와 덕이 시방에 덮인 것을 보아 자신의 지위를 빼앗길까 두려워 가서 시험하여 참인지 거짓인지 알아보고자 하였다. 그는 매로 변화하고 변방의 왕을 비둘기로 변화시켰다.

비둘기는 왕의 발밑으로 들어가서 떨면서 살려달라고 하고 매는 내 먹을 것을 돌려달라고 한 것이다. 왕은 비둘기를 구하기 위해 본인의 살을 주겠다고 하였다.

처음에는 넓적다리의 살을 베어 달아서 비둘기의 무게와 같게 하려 하였다. 하지만 비둘기의 무게가 더 무거웠다. 왕은 자신의 몸을 자꾸만 베어서 보탰으나 노상 그러하였다. 살을 베어낸 자리가 아프기가 한량없었으나 왕은 인자한 마음으로 참으며 비둘기를 살리기만 원하였으므로 신하에게 명하여 나를 죽여 골수를 달아서 비둘기의 무게와 같게 하라고 하였다.

그때에 매와 비둘기는 본래의 몸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왕의 보시가 재석천의 지위를 얻고자 함이 아니라 부처가 되어 중생의 곤액을 구제하여 열반을 얻게 하고자 함임을 알고 곧 상처를 낫게 하였다.


이 이야기는 불교에서 생명의 무게가 같다는 것을 상징하는 이야기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모든 생명의 무게가 똑같다는 인식은 찾아볼 수가 없다. 수많은 동물들은 공장식 축사에서 몸을 돌릴 수조차 없는 좁은 틀에 갇혀 수명보다 일찍 목숨을 잃는다. 

때로는 실험실에서 온갖 고통을 받다가 죽어가고, 좁은 수족관에서 구경거리가 되다가 죽어가고, 생존 조건과 전혀 맞지 않는 동물원에서 일찍 생을 마감한다. 


뼈아픈 살처분 현실

우리나라는 가축전염병 예방법에 따라 전염병이 발생하면 변경 3㎞ 이내의 모든 가축을 살처분 한다. 병들지 않은 건강한 가축들이 단지 인간이 정한 기준에 의해 무참히 살해당하고 있다. 지난겨울에도 조류 독감이 시작되었다. 

동물복지 농장인 경기도 화성시 산안마을도 그런 경우에 처했다. 산안마을은 야마기시즘(Yamagishism) 공동체에서 운영하는 농장으로 구성원들은 건강한 닭을 지키기 위해 정부의 살처분 방침을 따르지 않고 저항했다. 최대 잠복기인 14일이 네 번이나 지나는 동안 농장의 닭들은 단 한 번도 감염되지 않았고 건강했기 때문에 이미 감염 위험이 없다는 것이 증명되었지만 정부는 살처분 명령을 거두지 않았다. 쌓여가는 130만 개의 달걀들과 축산업 취소 위협까지 있어 더는 버티지 못하고 두 달 만에 가슴 아픈 살처분을 받아들여 3만 7천 마리를 떠나보내야 했다.


정부는 3㎞라는 잔인한 예방적 살처분 대상 범위 확대를 고집하기보다는 백신 등 다른 예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이미 충분한 양의 백신이 준비되어 있고 비용도 오히려 살처분 때보다 적게 든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지난해 가동한 축산차량의 확진 농장 방문 예방 시스템이 효과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피터 싱어의 <동물해방>에서는 인간이 인종과 성별, 직업, 능력 등에 의해 차별받지 않고 평등하게 대우받을 권리가 있는 것처럼 동물도 평등하게 대우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동물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즐거움과 괴로움을 느끼는 감수 작용을 하기 때문에 인간이 동물을 감금하고 학대하고 살해하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생물 평등의 불교

불교에서는 중생을 유정(有情)과 무정(無情)으로 나누고 태난습화(胎卵濕化) 4생(四生)으로 구분한다.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유정에 포함되고, 4생 가운데 胎生에 포함된다. 즉, 인간이 다른 동물과 절대적으로 구분되는 독점적 지위를 갖지 않는다. 반면 기독교에서는 인간에게 세상 만물을 지배하는 절대적인 지위를 부여한다. 물론 지금은 지배자가 아니라 하나님을 대신해서 지키고 보호하는 청지기라는 해석을 덧붙이고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인간과 동물은 완전히 다르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과학이 발달할수록 인간은 진화의 산물이고 인간이 다른 동물과 완전히 구분되는 특별한 무엇은 없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는 여전히 인간은 동물을 지배하고 있고 그들의 생명을 너무나 하찮게 여긴다. 인간에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부분에서 별 의미 없는 끔찍한 동물실험이 너무나 일상적으로 자행되고 있고, 고기를 먹지 않고도 영양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사람들을 위해 엄청나게 많은 가축들이 공장식 축사에서 고깃덩어리로 취급되고 있고, 비좁은 수족관과 동물원에서 고통스럽게 죽어가고 있다.


동물복지에도 관심을

부처님의 전생담에서 나온 비둘기와 왕의 무게가 똑같다는 이야기는 모든 생명의 목숨이 갖는 가치가 본질적으로 동등하다는 의미를 내포하는 매우 중요한 경전이다. 부처님을 따르는 우리 불자들은 부처님께서 가르치신 제1계(戒)인 불살생(不殺生)을 지키기 위해 다른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함부로 죽이지 않으며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구제하고 하는 마음을 내는 것이 당연하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즐거움과 괴로움의 감정이 있는 유정중생(有情衆生)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동물복지에도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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