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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생경>에서 얻은 교훈 ① “거기는 더 좋은 것이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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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53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20-12-01 신문면수 10면 카테고리 종합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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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한주영 필자법명 - 필자소속 불교환경연대 필자호칭 사무처장 필자정보 -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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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0-12-03 14:17 조회 2,04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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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글: 생명살림 경전이야기 (회)

<본생경>에서 얻은 교훈 ① “거기는 더 좋은 것이 있으리라”

불교의 대표적인 교리 가운데 하나가 윤회설이다. 윤회설은 사람이 죽으면 끝이 아니라 다음 생으로 이어져서 선한 사람은 선한 과보를 받아 좋은 곳에 태어나고 악한 사람은 악한 과보를 받아서 나쁜 곳에 태어난다는 설이다. 불교에서는 천상, 인간, 수라, 동물, 아귀, 지옥의 6도 윤회를 말하는데 동물, 아귀, 지옥 이 셋이 삼악도이다. 


불교의 윤회설은 훗날 부처님에 대한 무수한 전생이야기를 낳게 되었다. 왜냐하면 부처님은 금생에만 닦아서 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 무수한 생을 거듭하는 동안 수행을 했기 때문에 부처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그 전생에 수행자로서의 삶을 보살이라 칭한다. 부처님의 전생 보살로서의 무수한 삶의 이야기가 수록된 경전이 <본생경>이다.


만생물이 동등한 윤회설


<본생경>을 보면 부처님은 전생에 정말 다양한 존재였다. 목신(木神)이기도 하고 왕이기도 하고 상인이기도 하고, 사슴이나 사자이기도 하다. 윤회설이 갖는 생태적인 의의는 인간만이 아니라 다양한 존재 특히 인간과 동물을 동등하게 윤회하는 존재로 본 것이다. 


그래서 동물에 대할 때 전생에 나의 부모였을 수도 있고 또 내가 죽어서 동물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동물에 대해 연민의 마음을 갖게 되고 함부로 할 수 없게 된다. <본생경>에도 자연을 오직 이윤을 위한 착취의 대상으로 끝없이 파헤치는 인간의 잘못을 경책하는 이야기가 있다. 


옛날 범여왕이 바라나시에서 나라를 다스리고 있을 때, 보살은 어떤 상인의 집에 태어나 성년이 되어서는 대상(大商)의 주인이 되었다. 그는 바라나시에서 상품을 사들여 수레에 가득 싣고 많은 상인들과 함께 길을 떠났다. 

어떤 험난한 길에 이르러 거기서 우물을 발견했다. 그들은 물을 마시려고 우물을 파내려가다가 계속해 많은 철물을 얻었다. 그러나 그들은 만족하지 않고 “거기는 더 좋은 것이 있으리라” 생각하고는 자꾸 깊이 파내려갔다. 

그때에 보살은 그들에게 “상인들, 탐욕은 멸망의 근본이다. 우리는 이제 많은 보물을 얻었다. 이것으로 만족하고 너무 파내려가지 말자.”고 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보살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계속 파내려갔다. 

그런데 그 우물은 용이 차지하고 있는 곳이었다. 우물 밑에 있던 용왕은 제 집이 무너져 흙덩이와 쓰레기가 떨어졌을 때 화를 내어, 보살을 제외한 모든 사람을 그 콧김으로 때려 다 죽여 버렸다.

<본생경 중>


용왕이 화가 난 까닭


코로나19와 같은 변종바이러스는 기후변화와 생태계 파괴가 원인이다. 숲을 파괴하고 야생동물들의 서식지가 사라지면서 야생동물과 인간 사이에 변종 바이러스가 발생했다. 인간은 바이러스와 같은 병원체가 침입하면 면역체계에 의해 열을 내서 바이러스를 죽게 하는데 기온이 올라간 상태에서 바이러스는 결국 이러한 열에서 더 잘 살아남게 되었다. 


지금의 기후변화는 인간이 과도한 화석연료를 사용한 결과 온실가스가 증가하여 자연 상태에서의 균형이 깨진 때문이다. 지구 온도가 1.5℃를 넘으면 더 이상 인간이 손을 쓸 수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마치 땅 속에 용이 화가 난 것처럼 지구는 더 이상 인간이 살 수 없는 조건이 되고 마는 것이다. 


올해 우리는 50일이 넘는 긴 장마와 폭우로 인해 쌀 생산량이 20% 정도 감소했다. 그래서 이 비의 이름은 ‘장마’가 아니라 ‘기후위기’라는 말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다. 우리나라는 기온상승으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가 적은 나라에 속한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에서 보았던 것처럼 우리나라만 괜찮다고 괜찮은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는 50%를 넘지 않는다, 그마저도 쌀을 제외하고는 90%이상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상 기후와 자연자해로 해마다 곡물 생산량은 줄어들고 곡물가격은 상승하고 있다. 


만일 곡물이 부족한 지점에 이르면 각 나라는 식량안보를 위해 국경을 봉쇄할 것이고 곡물가격은 상상할 수 없이 치솟을 것이다. 마스크 대란처럼 식량대란이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한 실험에 따르면 고온재배 시 쌀의 품질 저하가 확인되었으며, 평균기온을 2.5도 올린 상태에서 쌀의 수확량은 21.9%로 크게 떨어졌다. 


보살의 사명 ‘소욕지족’


기후위기는 자연재해로 끝나지 않고 식량위기, 안보위기, 전염병의 증가 등으로 우리의 일상을 파괴하고 사회 붕괴를 야기할 수 있다. 인류는 욕망을 절제하고 지금 가지고 있는 부를 골고루 나누며 함께 살아갈 방도를 찾아야 한다. 2,600여 년 전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고 불교 공동체 안에 살아있는 소욕지족의 가르침을 이제 경제와 정치 영역으로 확산하고 제도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이 기후 위기 시대에 보살의 사명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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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네팔 비레탄티 중학교 Pradeep Acharya 군(17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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