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향기] 공부하는 불자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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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4-04-29 14:06 조회8,065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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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종교는 많지만 불교는 다른 종교들과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종교라는 게 다 거기서 거기지 뭐 다른 게 있겠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아마 종교 근처에도 가보지 않고 이런 말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더 심각한 것은 절에 다닌다고 하면서도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아마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그야말로 ‘절에만 다니는’ 것이지 불교 교리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르는 무지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불자들은 이렇게 알고 있으면 안됩니다. 자기의 인생을 좌우할 수 있는 종교를 가지면서 그 종교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은 그야말로 맹신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불교는 무조건 믿기만 하는 종교가 아닙니다. 신이라는 것을 상정해 놓고 무조건 따지지도 않고 묻지도 않고 믿는 그런 종교가 아니라는 것이지요. 불교는 진리인가 아닌가를 스스로 살펴서 깨달음을 열어 가는 지혜의 종교입니다. 그리고 불교는 모든 중생을 한 몸으로 보아 분별없는 사랑을 베풂으로서 평화를 지향하는 자비의 종교입니다. 그리고 불교의 진리는 시대와 공간, 인종을 차별하여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그러한 진리로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가르침을 펴는 종교입니다. 그래서 서양 사람들은 200년 쯤 전에 불교를 처음 접했을 때 너무나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가르침에 놀라서 불교는 종교가 아니라고 한 적도 있었습니다. 더구나 불교는 신을 받드는 그런 종교가 아니었기 때문에 종교라고 하면 신만 생각하는 서양인들이 그렇게 생각했던 것도 무리가 아니었을 것입니다.
다른 종교들은 시대가 발달하고 인간의 사고 능력이 확대됨에 따라 점차 퇴색되고 있지만 불교는 지혜와 자비의 정신 그리고 합리적인 가르침, 구체적인 수행방법 등을 고루 갖춘 고등종교로서 세계인들로부터 더욱더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훌륭한 장점을 지닌 불교가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홀대를 받는 것 같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으로부터 비롯된 불교는 2500년이라는 장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마 세계의 그 어느 종교도 이렇게 긴 역사를 지니고 면면히 이어져 온 종교는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지역적으로도 이제는 아시아를 넘어 서구와 아프리카에까지 전파됨으로써 가히 세계 종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2500년이라는 긴 불교사를 통해 볼 때 불교가 흥성했던 곳은 어김없이 그곳의 정신 수준을 한층 끌어올리고 문화를 꽃피게 했습니다.
특히 아시아 지역의 많은 문화유산들은 대부분이 불교관련 유산들입니다. 이러한 유산들은 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이 불교를 받아들여 문화가 꽃피고 국력이 왕성할 때에 이루어 놓은 자랑스러운 것들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불교의 발상지인 인도는 물론 불교발전의 토대가 되었던 아시아를 제쳐놓고 거꾸로 서구에서 불교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우리나라에서만은 불교가 과거처럼 그리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불교 신자의 대부분은 연세 드신 분들입니다. 청장년이나 청소년, 그리고 어린이들은 불교에 대해 거의 모릅니다. 일반 사람들이 불교에 대해 가지는 선입견 또한 매우 한심한 수준입니다. 이들은 불교라고 하면 머리 깍은 스님들이 산중에서 자기들끼리 모여 염불이나 하는 것쯤으로 생각합니다. 스님들에 대해서도 장례식장에서 요령을 흔들고 목탁을 치며 염불을 해주거나 사주팔자 봐주는 사람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지식인이라고 하는 사람들 중에도 불교는 뭔가 미신적이며 염세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저 나이든 할머니들이 무슨 날이나 되면 가서 소원 빌고 오는 것이 불교라고 알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절이란 세상이 싫다거나 세상에서 버림받았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의 도피처쯤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일이 잘 안 풀리면 ‘에이 모르겠다. 머리 깎고 산에 가서 중이나 될까?’ 이런 소리도 합니다.
이처럼 불교에 대해 일반사람들이 가지는 인식은 참으로 한심합니다. 불교에 우호적인 사람들도 어쩌다 절에 가면 절이나 하면서 소원을 빌고 옵니다. 우리 남편 돈 잘 벌고 자식들 공부 잘하게 해 달라고 보시함에 돈 넣고 불상 앞에서 절이나 몇 번 하고 오는 것이 고작입니다.
기독교의 본 고장인 유럽의 지식인들도 불교는 고등 종교요, 고등 철학이라고 칭찬해 마지않는 불교가 우리나라에서만 이렇게 한심한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우리나라에 불교가 들어 온 지가 벌써 1700년이나 됩니다. 우리 문화유산의 70% 이상이 불교관련 유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불교가 이렇게 대접받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조선조 500년간의 억불 정책 탓도 있을 것이고, 근대화의 과정에서 서양에 대한 동경이 종교에까지 미쳐져 무분별하게 서구 종교를 받아들인 데도 원인이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는 아무래도 우리 불자들의 노력이 미진했던 것 같습니다. 그동안 불교의 외형적인 것만 지키기에도 급급하여 포교라든가 교리 학습 같은 것은 생각하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존의 불자들도 노령화되고 젊은 사람들은 불교를 공부하려고 해도 친절하게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고 산중에 있는 절에 자주 갈 수도 없는 지경이 되어 대중들이 불교와는 점차 멀어지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제는 불자 여러분들도 불교에 대한 기초지식을 확실히 다지고 왜 불교가 우수한 종교인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지침으로서 불교가 왜 필요한지 남들에게 얘기할 수 있는 정도는 되어야겠습니다.
-이 글은 중앙교육원 교육원장 화령 정사 (정심사 주교)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