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향기] 불교경전은 어떻게 성립되었는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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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5-08-24 11:16 조회5,402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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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종교에서나 기본적으로는 그 가르침을 전달하는 경전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대체로 신흥종교는 그 종교를 일으킨 교주의 말을 금과옥조로 믿고 따릅니다만 어느 정도의 역사성이 있는 종교는 그들 나름대로의 교리를 서술한 경전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이것을 불경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불교의 경전은 엄밀하게는 삼장(三藏)이라고 하는데, 여기에는 부처님의 말씀을 기록한 경장(經藏)이 있고, 승단의 규율과 불교도로서 지켜야 할 계율을 기록한 율장(律藏)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경장과 율장에 대해 해석을 한 논장(論藏)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경장은 빨리어로 숫타 삐타카(Sutta-pi?aka)라고 하며 율장은 비나야 삐타카(Vinaya-pi?aka)라고 합니다. 여기에 논장인 아비담마 삐타카(Abhidhamma-pi?aka)를 더하여 삼장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삐타카라는 말은 ‘담는 그릇[장(藏)]’이라는 말입니다. 불교에서는 이렇게 경장과 논장, 율장의 세 가지를 합하여 삼장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경과 율과 논에 모두 통달한 스님을 삼장법사(三藏法師)라고 합니다.
경장과 율장, 논장의 삼장을 모두 수록하여 한꺼번에 모아 놓은 것을 일컬어 대장경(大藏經)이라고 합니다. ‘팔만대장경’이나 ‘고려대장경’이라고 할 때의 대장경은 바로 이러한 경장, 율장, 논장을 모두 수집하여 수록한 경전의 창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불교의 경전은 여러 나라 말로 번역되어 있는데, 가장 분량이 많은 것은 한문으로 번역된 한역(漢譯)대장경과 티벳어로 번역된 티벳대장경입니다.
한역대장경은 인도로부터 중국에 불교가 전래된 이후에 많은 경전들이 한문으로 번역된 것을 송나라 때에 처음으로 집대성하여 대장경이라 이름 하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역대장경은 처음부터 체계적으로 번역되고 분류된 것이 아니라 많은 세월 동안에 이루어진 한역 경전을 모두 수집하여 체계를 세워 편집하고 그것을 목판으로 완성한 것이었습니다.
한역대장경 중에는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우리가 흔히 팔만대장경이라고 하는 고려대장경이 가장 분량도 많고 정확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과거에 오직 이 한역대장경에 의지하여 불교를 연구하고 가르침을 펼쳤습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한역경전 자체를 이룩한 중국은 물론이고 일본과 베트남 등 대승불교권에 속하는 여러 나라들에서는 주로 이 한역경전에 의지하여 불교를 발전시켰습니다.
티벳대장경은 티벳에 불교가 들어간 7세기경부터 왕실의 후원으로 티벳어로 번역된 경전으로서 계획적으로 집대성되고 분류되었기 때문에 한역 경전과는 달리 그 규모도 방대하고 또 한역에는 없는 많은 경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많은 티벳 스님들이 세계의 각처로 진출하여 불교를 알리는 과정에서 티벳의 많은 경전들이 최근에 새로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한역대장경과 티벳대장경에 이어 그 다음으로 분량이 많은 것은 빨리삼장(三藏)이라고 하여 빨리(Pali)어로 된 경전이 있는데, 이것은 남방불교, 즉 상좌부계통의 경전입니다. 빨리 삼장은 석가모니부처님께서 직접 설하셨다고 믿어지는 《아함경》 등을 비롯하여 부처님 당시의 승가의 규율에 대해 기록한 율장, 그리고 부처님께서 입멸하신 이후에 경장과 율장에 대한 해석을 수록한 논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상좌부계통의 불교에서는 이 빨리 삼장을 기본으로 불교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빨리 삼장은 한역대장경이나 티벳대장경 등에 비하여 분량은 적으나 근본불교를 이해하는 데에 있어서는 매우 중요한 대장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비하여 한역대장경이나 티벳대장경은 대승불교의 경전과 교리들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그 양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특히 티벳대장경에는 밀교를 비롯한 후기 대승불교의 경전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한역대장경과는 또 다른 특색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티벳어의 구조가 산스크리트와 유사하기 때문에 완전히 다른 언어체계로 번역된 한역대장경과 달리 경전의 올바른 해석을 위해서 살펴보아야 할 매우 중요한 대장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역대장경은 티벳대장경보다도 500~600년이나 역사가 앞서고 내용적으로도 산스크리트 원전이 발견되지 않는 초기의 경전이 많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또 다른 장점이 있습니다.
이들 대장경 이외에도 고대 중앙아시아의 여러 나라 말로 번역된 경전들이 단편적으로 발견되고 있으며, 특히 산스크리트로 된 경전이나 지금은 사라져 버린 고대어로 번역된 경전들이 계속해서 발견되고 있기 때문에 불교경전의 수는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수 있습니다.
불교경전은 그 분량에 있어서 세계의 어떤 종교의 경전보다도 압도적으로 그 양이 많습니다. 예를 들면, 한역대장경만 하더라도 기독교의 성경에 비해서 대략 수천 배 정도의 분량이 됩니다. 불교의 경전이 이렇게 많게 된 것은 불교의 사상이 워낙 심오하여 한 두 마디로 쉽사리 그 사상체계를 드러내기 어려웠던 탓도 있지만 오랜 역사를 통하여 부처님의 말씀을 부연 설명하고 또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 새로운 경전들이 계속해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특히 대승불교가 등장하면서 불교의 교의가 다양하게 해석되고 또 여기에 따라 수많은 경전이 제작되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다른 종교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종교에서는 기껏해야 그 종교를 창시한 사람의 몇 가지 언행을 모아 놓은 것이나 그 사람이 했던 말들을 모아서 경전이라는 형태로 보존하고 그것을 오랜 세월 동안 변함없이 지켜 오는데 불과합니다. 그렇지만 불교에서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입멸 후에도 끊임없이 경전이 제작되고 읽혀져 내려왔습니다. 즉, 불교의 경전은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재세 시에 직접 설하신 말씀뿐만 아니라 후세에 부처님의 사상을 이어 받아 제작된 여러 가지 경전과 논서 까지도 포함하여 모두 경전으로 간주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불교 경전은 다른 종교의 경전에 비해 실로 그 양이 막대합니다.
옛날에는 지금의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등지에 불교가 굉장히 왕성했습니다. 지금은 이들 지역이 이슬람 권에 속해 있고 정정도 불안하여 접근이 쉽지 않습니다만 만약 이들 지역에 대한 탐사와 불교 유적지에 대한 발굴이 활발하게 이루어진다면 불교 경전은 더 많이 불어날 것입니다. 요즘은 앞에서 열거한 대장경 이외에도 많은 대장경들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불교권의 각 나라마다 자기들의 언어로 대장경을 가지고 싶어합니다. 최근 일본에서는 한문대장경을 전부 영어로 번역하여 출간하는 작업도 시작했습니다. 불교의 이 많은 경전은 학자들의 머리를 아프게 하기도 하지만 불교의 사상이 그만큼 깊고 넓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이 글은 중앙교육원 교육원장 화령 정사 (정심사 주교)의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