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향기] 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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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5-06-08 11:56 조회5,35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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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마음을 관찰해 보면 일분일초도 제 자리에 머물러 있기가 힘듭니다. 이것도 생각했다가 저것도 생각했다가 이리저리 계속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우리의 마음을 경전에서는 까불면서 마구 날뛰는 원숭이에 비유했습니다. 원숭이가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폴짝거리고 뛰어다니듯이 우리의 마음도 그렇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선정을 통하여 마음을 붙들어 매어야 합니다. 선정은 마음을 어지럽게 하지 않고 흐트러지지 않게 하는 훈련입니다.


마음을 붙들어 매거나 마음을 거두어들이는 것을 ‘섭수(攝受)’라고 합니다. 마음을 섭수한다는 것은 외부의 반응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우리의 마음은 끊임없이 외부에 반응합니다. 어떤 물건이 있으면 그것에 대해 좋다거나 싫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좋은 것은 가지고 싶어 탐심을 내거나 싫은 것은 치워버리고 싶어 진심을 냅니다.


우리 중생들은 대상에 대해 늘 욕심을 내기 때문에 산을 보아도 산으로 보이지 않고 물을 보아도 물로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저 산을 개발해서 돈을 벌까, 어떻게 하면 저 물을 팔아먹어 볼까하는 생각만 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깨달은 사람만이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어린 왕자》라는 유명한 책에서도 그런 얘기가 나옵니다만, ‘그 사람은 참 아름다운 집에 산다.’고 하는 식이 아니라 ‘얼마짜리 집에 산다.’고 해야 실감을 하듯이, 우리 중생들의 마음은 사물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지 못하고 꼭 자기의 욕심에 바탕에 두고서 바라봅니다. 그래서 어떤 대상을 대하든 마음이 거기에 따라 어지럽게 요동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고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마음으로 섭수한다는 것입니다.


사물을 대하되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만 하면 우리의 마음이 움직일 일이 없습니다. 좋고 싫어할 게 없다는 말입니다. 사물뿐만 아니라 현실에서 나타나는 온갖 현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면, 누가 나에게 뭐라고 하면 그것에 대해 좋다거나 싫다는 생각이 듭니다. 칭찬해 주면 우쭐해지고 비난을 받으면 화가 치밉니다. 칭찬을 해 주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고 비난을 하는 사람은 미운 사람이 됩니다. 마음이 들뜨기도 하고 부글부글 끓어오르기도 합니다.


그러나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안정된 사람은 칭찬이든 비난이든 개의치 않습니다. 칭찬을 하면 하는가 보다, 비난을 하면 하는가 보다고 생각하고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이것이 섭수입니다. 이러한 섭수는 끊임없는 선정의 수련에 의하여 가능해 질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중앙교육원 교육원장 화령 정사 (정심사 주교)의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