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총지종

총지종보 연재글

불교총지종은 ‘불교의 생활화, 생활의 불교화’를 표방하고 자리이타의 대승불교 정신을 일상에서 실천하는 생활불교 종단입니다.

불교와 드라마 | MBC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

페이지 정보

작성자 총지종 작성일18-09-04 11:12 조회52회

본문

외모가 아닌 마음의 아름다움을 잘 표현

MBC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




2002MBC에서 방영했던 <네 멋대로 해라>를 인생 드라마로 꼽는 사람이 많습니다. 15년이나 지났는데도 여전히 최고의 드라마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첫사랑>이나 <사랑이 뭐길래>와 같이 시청률 높은 드라마는 아닙니다. 다수의 사랑을 얻은 드라마는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렇지만 이 드라마는 시청률과 무관하게 최초의 마니아드라마라는 타이틀을 얻었습니다. 다수의 사랑을 받지는 못했지만 특정한 사람들의 열광정인 지지를 얻었습니다. <네 멋대로 해라>를 시작으로 폐인 드라마가 시작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네 멋대로 해라>의 주인공 고복수(양동근)’는 아주 신선했습니다. 지금까지 드라마에서 결코 볼 수 없었던 캐릭터였습니다. 우선 그는 잘생기지 않았습니다. 이건 정말 놀라운 점입니다. 로맨스가 주축인 드라마라면 지금도 그렇지만 과거엔 더욱 외모가 중요했습니다. 사실 외모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다른 모든 조건이 안 좋더라도 얼굴은 잘 생겼어야 했습니다. 이게 드라마 주인공의 불문율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이런 불문율을 깨뜨렸습니다.

 

드라마에서 여자주인공 전경(이나영)은 경찰서에 고복수를 찾으러 가서 경찰관한테 인상착의를 설명할 때 좀 웃기게 생긴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웃기게 생겼다는 말은 평균에서 아래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니까 드라마에서 의도한 고복수의 외모는 보통 수준보다도 못 미치는 것입니다. 그런데 고복수는 좀 웃기게 생긴 얼굴로 두 여자의 순애보적 사랑을 받았습니다. 웃기게 생긴 얼굴로도 모자라 달동네서 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으며 전과 2범의 소매치기인 고복수를 두고 엄청 나게 예쁘고 엄청나게 날씬한 여자 둘이 서로 차지하겠다고 싸우는 설정은 드라마 공식에 익숙한 시청자에게 믿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드라마는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소매치기처럼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수 있는 사람이 주인공이기 어렵습니다. 물론 고복수가 나중에는 소매치기를 그만두고 스턴트맨이 되지만 어쨌든 그는 나쁜 일을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우리 사회는 이런 사람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을 갖고 있습니다. 아주 나쁘고 일반인과는 많이 다를 거라는 생각. 그런데 드라마는 우리가 갖고 있는 편견을 깨뜨려주었습니다. 소매치기고 전과2범의 범죄자인데 그는 평범한 사람보다도 더 아름다운 마음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는 비록 소매치기지만 부모님에게 한없이 다정한 아들이었습니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이혼하면서 고아원에 맡겨졌다가 중학교 때부터 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는데, 퇴근한 아버지의 발을 씻겨주고, 또 잠 못 드는 아버지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었습니다. 엄마한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어렸을 때 엄마가 가출하는 바람에 자신이 고아원에 맡겨지고, 고아원 형들에게 소매치기를 배워 감옥도 가게 되고, 엄마 때문에 인생이 꼬였다고 원망할 수도 있는데 그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가난하고 외로운 엄마에게 연민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소매치기해서 번 돈의 대부분은 엄마를 위해 썼습니다. 원망이나 미움과 같은 부정적 감정은 없으며 따뜻함과 연민이 많은 성격이었습니다.

 

증거를 조작해서 고복수를 억울하게 감옥에 넣은 박형사를 대하는 태도도 고복수가 거인의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두 번째로 감옥에 가게 된 것은 순전히 억울한 측면이 많았습니다. 박형사가 공을 세우기 위해 증거를 조작해서 고복수를 감옥에 집어넣었고, 그는 억울하게 감옥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분노와 원망하는 마음을 갖고 복수를 꿈꿀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출감 후 고복수가 하는 일이라곤 박형사를 앞에 두고 그 누군가와 박형사가 한여름에도 똥폼을 잡기 위해 골프장갑을 끼고 다닌다고 흉을 보는 게 고작이었습니다. 고복수의 행동을 봐서는 전혀 미움이 느껴지지가 않았습니다.

 

고복수에게는 사람에 대한 미움 자체가 없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기심으로 고복수에게 이런저런 상처를 내지만 상처를 받지 않았습니다. 자신에게 상처를 주는 그 사람들을 이해기 때문에 그들이 주는 상처가 고복수에게 아무런 흉터도 남기지 않는 것입니다. 오죽하면 저렇게 행동할까 하면서 이해하기 때문에 미움이나 원망이 들어갈 자리가 없는 것입니다. 고복수는 실로 거인의 마음을 갖고 있었습니다.

 

<네 멋대로 해라>의 매력을 한 줄로 요약하면, 기존 드라마와 달리 외모가 아닌 따뜻한 마음이 가진 매력을 잘 표현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외모와 달리 마음씨는 밖으로 잘 드러나지 않기도 하지만 상대 또한 착한 마음씨를 가졌을 때만 그 아름다움을 알아본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드라마는 아름다운 마음 보다는 잘생긴 외모에 치중해서 드라마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드라마가 더욱 특별한 것입니다. 마음씨가 아름다운 주인공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고 훈훈하게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전히 이 드라마를 역대 최고의 한국 드라마이자 인생드라마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입니다.

 

살아오면서 솔직히 고복수와 같은 사람은 만나지 못했습니다. 고복수가 언제나 유머와 따뜻함이 넘치는 사람이지만 그것보다도 더 감동적인 것은 앞에서도 말했지만 타인에 대해서 원망하는 마음을 절대로 갖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건 정말로 사람으로서 갖기 어려운 특징입니다. 부처님께서도 전생에 인욕선인 시절에 가리왕이 자신의 몸을 갈기갈기 찢었지만 원망하는 마음을 갖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부처님이 그럴 수 있었던 것은 라는 생각이 없었고, 에고에 대한 집착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고복수가 바로 그런 인물이었습니다. 그래서 전경이 고복수에 대해서 세상에 있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아름다운 인물을 만나는 것은 행복한 일입니다. 그래서 드라마를 보는 내내 마음이 따뜻하고 훈훈했습니다.

 

<김은주 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