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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총지종은 ‘불교의 생활화, 생활의 불교화’를 표방하고 자리이타의 대승불교 정신을 일상에서 실천하는 생활불교 종단입니다.

보현행원에 담긴 생명이야기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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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71호 발행인 우인(최명현) 발간일 2022-06-01 신문면수 10면 카테고리 종합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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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한주영 필자법명 - 필자소속 불교환경연대 필자호칭 사무처장 필자정보 -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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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2-06-08 14:46 조회 1,09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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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글: 생명살림경전이야기 (11회)

보현행원에 담긴 생명이야기 ①

우리나라는 대승불교권입니다. 대승(大乘)이란 큰 수레라는 뜻으로 기존의 불교를 작은 수레 즉 소승(小乘)이라 칭하고 그에 비해 새로운 불교는 큰 수레라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기존의 불교를 ‘상좌부 불교’ 또는 ‘아비달마 불교’라고 하는데 현재 동남아시아 나라들은 지금도 이 불교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인도에서 불멸 후 500년경부터(서력 기원전 1세기 경) 시작된 대승불교는 기존의 불교가 자기 자신의 깨달음만을 추구하여 출가자들의 전유물이 된 것에 대해 비판하면서 자리이타(自利利他)의 보살행을 하는 대승불교를 주장하게 된 것입니다.
<보현행원품>은 대표적인 대승불교 경전인 『화엄경』의 일부입니다. 『법화경』의 〈관세음보살보문품〉과 더불어 많은 불자들이 수지독송하고 있는 경전이기도 합니다. 『화엄경』에는 정말 많은 다양한 신들이 등장합니다. 금강경뿐만 아니라 법화경에도 정말 많은 신들이 등장합니다. 독경을 하며 왜 이런 신들이 이렇게 나오는 건지 그저 옛날 사람들의 경전이니까 라고 가볍게 넘기곤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기후 위기와 생태위기를 낳은 문명의 뿌리가 인간과 자연에 대한 이원론의 세계관이 있음을 알게 되면서 대승경전에 나타난 깊은 생태주의적인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게 됩니다.


보현보살제대중 집금강신신중신
족행신중도량신 주성신중주지신
주산신중주림신 주약신중주가신
주하신중주해신 주수신중주화신
주풍신중주공신 주방신중주야신
주주신중아수라 가루라왕긴나라


<대방광불화엄경 용수보살약찬게>에서 보면 주지신(主地神), 주림신(主林神), 주하신(主河神), 주해신(主海神), 주화신(主火神), 주수신(主水神) 등 많은 신들이 있습니다. 이런 신들의 이름을 보면 자연에 깃든 신성을 의미함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자연에 대해 신성을 존중하는 사상을 애니미즘이라고 하여 미개하다고 배웠습니다. 이런 것에 대한 믿음은 비과학적이고 전근대적이며 버려야할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자연에게서 신성함을 빼앗아야 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이 주류의 자리를 차지하고 기존의 애니미즘을 사람들의 삶에서 떼어놓았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제이슨 히켈이 쓴 <적을수록 풍요롭다>에서 “자본주의를 진전시키고자 하는 이들은 대지에서 인간을 몰아내기 위한 방법만이 아니라 명성을 누리고 있던 애니미즘 사상을 파괴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또한 땅에서 정령을 몰아내고 땅을 인간이 추출하는 ‘자연 자원’의 단순한 저장소로 만들 방법도 찾아야 했다.”

불심이 강한 티베트인들은 집을 짓다가 개미를 발견하면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공사를 중단하고 개미들을 모두 이주시킨 후에 집을 짓는다고 합니다. 만일 이들이 임금노동자라면 고용주는 이런 노동자를 용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나무를 하나 벨 때나 화장실을 고칠 때에도 미리 나무와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들에게 고합니다. 이러한 행위는 무지하고 미개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이 무수한 존재들과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짐을 알고 있는 지혜에서 출발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자본주의에서는 이윤을 추구하고, 적은 자본으로 많은 이윤을 얻어내기 위해 자연과 노동력을 최대한 짜내야 하는 경제시스템입니다. 또한 빠른 속도를 요합니다. 우리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루었고 편리하고 풍요로운 사회에서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과거보다 더 바쁘고 여유가 없습니다. 너무 바빠서 가족조차도 서로를 돌봐줄 여유가 없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자기 자신조차도 돌볼 시간이 없습니다. 이러한 성장주의 경제는 자연을 파괴하고 지금의 기후위기와 생태위기를 낳았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서의 깊은 관계도 파괴하고, 고립되고 불안하고 외로운 개인들을 끝없는 경쟁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보살은 자리이타를 행합니다. 지금의 성장사회는 지구생명체를 파괴하고 인간의 삶도 파괴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반생명적이고 비인간적인 문화를 벗어나기 위한 문명적 전환을 하기 위한 노력은 바로 나도 이롭고 남도 이로운 자리이타의 보살행과 같습니다. 하지만 개인의 노력으로 엄청난 스케일의 문명의 전환을 어떻게 이루어낼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망막하다 못해 불가능해보입니다. 이윤중심의 성장산업사회를 끝내고 생명존중의 ‘생태돌봄사회’로 전환하기 위해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을 어떻게 고쳐나가야 하는지 ‘생각생각 상속하여 끊임없이 공양하여도 몸과 말과 뜻으로 실천하는 일에 지치거나 싫어하지 않을 것이니라’는 보현보살의 행원은 우리에게 용기를 주고 격려해 줍니다, 앞으로 보현보살의 10대원을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경전을 해석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도 두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제가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나누는 것이니 저렇게 이해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고 가볍게 받아 주시고 허물이 있다면 너그러이 용서하시고 꾸짖을 일이 있으시면 꾸짖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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