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총지종

총지소식

불교총지종은 ‘불교의 생활화, 생활의 불교화’를 표방하고 자리이타의 대승불교 정신을 일상에서 실천하는 생활불교 종단입니다.

향기는 멀수록 더욱 맑습니다

페이지 정보

호수 270호 발행인 우인(최명현) 발간일 2022-05-01 신문면수 9면 카테고리 종합 서브카테고리 역삼한담

페이지 정보

필자명 탁상달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시인, 전 동해중 교장 필자정보 - 리라이터 -

페이지 정보

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2-05-16 12:06 조회 1,073회

본문

향기는 멀수록 더욱 맑습니다

 흔히 우리들의 일반 가정의 거실에서 눈이 자주 가기 쉬운 곳의 한쪽에 많이 걸어두는 액자에서 종종 보아온 ‘향원익청(香遠益淸)’이란 말을 많이 봅니다.
 이 말은 ‘향기는 멀수록 더욱 맑다(香遠益淸)’라는 말이지요. 중국 성리학의 틀을 만들고 기초를 닦은 유학자 주돈이(周敦頤, 1017~1073)의 유명한 사설 ‘애련설(愛蓮說)’에 나오는 말로 ‘군자의 아름다운 마음은 연꽃의 향기처럼 시간이 갈수록 더욱 맑아진다’는 의미입니다.
 꽃향기는 역풍을 만나면 쉽게 그 향기가 사라지지만 사람들의 인격의 향기는 역풍을 만나도 이를 이겨내고 오히려 사방으로 퍼져 나간다는 『법구경』의 말씀과도 상통하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진실로 향기로운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사람이 인격의 향기를 발하는 데는 네 가지 마음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자애로운 마음을 가진 사람입니다.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과도 같은 마음으로, 때로는 강인한 용기로, 또 때로는 부담 없는 격려와 위안을 아낌없이 전해주고 포근히 감싸주는 따뜻함이 있는 사람입니다.
 둘째는 검소한 마음을 가진 사람입니다.
 검소하다는 것은 근검·절약만을 의미해서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행동은 인격에 준해 삼가되 마음은 활달하여 아무것에도 구애됨이 없는 소신과 철학을 가진 그런 사람입니다. 사리 분별에도 어떠한 사심이 없고 공사를 분명히 하는 감성의 검소한 마음에서 우리는 존경의 예를 표합니다. 우리 인간들이 버려야 할 편견과 아집은 지나침과 감정적 충돌로 인해 그 결과물이 결국은 불화를 낳게 되고 그 불화는 또 서로 간에 인격을 손상하는 원인이 되기도 해서, 우리는 매사에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합니다.
 셋째는 성급하게 남 앞에 나서서 허세를 부리지 않는 마음입니다.
 사람들은 척을 많이 합니다. 모르면서도 아는 척, 없으면서도 있는 척, 그리 잘나지 못했는데도 잘난 척 하는 부류의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기가 이를 데가 없습니다. 때가 되면 그러려니 그리고 뜻이 있으면 이루려니 하는 생각으로 몸과 마음을 낮추고 우리가 살아간다면 자신의 위상도 저절로 높아지기 마련일 것입니다. 이 말은 우리 모두가 오직 진실한 마음으로 자신의 욕심과 탐심을 제어하면서 그 속에서 삶의 보람을 찾는 느긋함을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는 깨우침의 말입니다. 잠자리에 누워서 곰곰이 생각해도 결코 스스로 부끄러움이 없는 행동과 과유불급의 지나침이 없는 속에서 진정한 인격의 향기가 피어나게 되는 것이니 만큼 우리는 성급함 속에서 결코 허세를 드러내는 그런 어리석은 일은 없어야 하겠습니다.
 끝으로 마지막 네 번째는 사귈수록 새로운 면이 보이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뭇 사람들을 만났을 때, 만나서 기쁨으로 가슴이 따뜻해지기보다는 속내를 보게 됨으로써 오히려 부담감을 가지게 되는 그런 사람보다는, 사람을 만났을 때 한 가지라도 배울 것이 있고 노련미와 함께 신선미를 풍기게 하는 사람이 대인(大人)의 자세를 갖춘 풍모가 아닐까요? 모두가 이러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항상 겸손과 사랑으로 상대방을 존중함으로써 자기도 모르게 인격의 향기가 그윽함을 담아서 더욱 빛을 발하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삶의 경지가 바로 향원익청(香遠益淸)의 마음이 아니겠습니까?

 ‘사람은 교만하면 낮아지고 겸손하면 존경받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항상 「화안보시(和顔報施) : 얼굴색을 부드럽고 따뜻하게 하여 남에게 보시한다)」로 언제나 부드럽고 폭넓은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우리 모두 함께 노력하는 세상을 꿈꿔야 하겠습니다. 생활속에서 다소 불편함이나 부당함이 자신을 힘들게 하여도 쉽게 성내지 않고 그렇다고 쉽게 깔깔 대지도 않는 은은함이 묻어나는 사람이 진정 매력 있는 사람일 것입니다.
  하기야 자신의 미숙함도 마음에 걸리는 경우가 많은데 하물며 어떻게 다른 사람을 책망하거나 탓할 수가 있겠습니까?
  비록 우리가 바쁘고 여유가 없는 생활을 하고 있을지라도 모두가 짬짬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 향원익청(香遠益淸)의 정신을 가지고 세상에 재세이화(在世理化)하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 시인, 전 동해중 교장 탁상달 >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