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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35호 발행인 혜암 발간일 2002-06-01 신문면수 4면 카테고리 불교에세이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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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손승현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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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4-26 08:41 조회 1,77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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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를 집으로

세간에 영화 ‘집으로…’가 화제 거리입니다.

300만 관객이 이 영화를 보면서 김을분 할머니는 유명인이 됐고, 충북 영동의 지통 마을은 단번에 명소가 되었습니다. 영화 한편 보지 못했다는 할머니는 대종상 신인상 후보에까지 오르는가 하면, 철도청은 ‘집으로…’ 촬영지에 관광열차를 운행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산골에서 농사만 짓던 할머니가 스타로 떴다는 것, 그 영화가 미국 메이저 영화사에 한국영화로서 최고의 가격에 판매됐다는 것은 분명 화제입니다. 그러니 매스컴들이 할머니를 가만둘리가 있겠습니 까. 그런데 문제는 떼돈이나 번 줄 알고 낯선 사람 들이 기웃거리면서 가족들을 불안에 떨게 한다는 것입니다.

아들 내외와 손녀 등은 지난 어버이날 할머니를 영동 집에서 더 이상 살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내리고 서울 근교에 모실 집을 구하기로 했다 고 합니다. 열일곱에 시집와 60평생 살았던 정든 집을 떠나야 할 할머니의 처지가 안타깝기만 합니다.

말로만 듣다보면 보고싶어지는 것이 사람의 마음 입니다. 하지만 우리들의 지나친 관심과 호기심이 할머니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주지나 않을까 걱정됩 니다. 산골소녀 영자처럼 말입니다.

부처님께서 사위성 기원정사에 계실 때, 성안의 악한 사람이 부처님을 해치고자 칼과 활을 들고 달려들었습니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신통력으로 유리 성을 만들어 접근하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그때 악인이 말했습니다.

“어찌하여 문을 열지 않는가?”

“이 문을 열게 하려거든 먼저 그 활과 칼을 버려라.”

그 사람은 잡히기만 하면 주먹으로 쳐버릴 것이라고 생각하고 곧 활과 칼을 버렸으나 문은 여전히 열리지 않았습니다. 

 “활과 칼을 버렸는데도 어찌하여 문을 열지 않는가?” “나는 네 마음 속의 악한 마음인 칼과 활을 버리라는 것이지, 네 손에 들고 있는 활이나 칼을 버리 라고 말한 것은 아니니라.”

그 사람은 드디어 굴복하여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법구비유경〉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사람이라 합니다. 세상에 때묻  않은 순박한 영자가 그랬듯이 사람에 웃고 사람에 울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마음이 번거로우면 세상이 번거롭고, 마음이 맑고 깨끗하면 중생계 또한 맑고 깨끗해 지느니라.”(잡아함경) 하셨습니다. 원한과 원망의 칼은 품지 않았지만 우리들의 지나친 호기심이 할머니의 마음을 번거롭게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영화 속 할머니의 깊게 팬 주름과 손자 상우에게 끓여주신 닭백숙은 우리네 할머니를 느끼게 합니다. 이제 할머니에 대한 향수는 기억 속에 묻어두고 할머니가 집으로 돌아가 마음에 번거로움이 없기를 기원해 봅니다. 〈손승현 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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